국내 미술품 경매 본격화 예고-최초의 대규모 경매展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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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6세기 「백자소문장본(白磁素文長本)」,장군이라고 하는 백자죠.완전합니다.2백50만원부터 시작합니다.2백50만원.3백만,4백만,4백50만,5백만 나왔습니다.5백만,5백만원,5백만원에 낙찰됐습니다.』 국내에서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본격적인미술품 경매제의 토착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미술품 경매전이 열린16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첫번째 경매물건이응찰자들의 숨가쁜 경쟁 끝에 예정가를 넘는 가격으로 낙찰돼 좋은 출발을 보인 순간이었다.
고려청자등 고미술품과 고암(顧菴) 이응노.박생광등 현대작가들의 회화작품까지 엄선된 2백3점이 4시간30분에 걸쳐 경매에 부쳐진 이날 도자기류 60%,그림 20%정도가 팔려 전체 낙찰률 40%선에 총매출액 2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국내 미술품 경매는 소규모로 몇번 열린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본격적인 대규모 경매는 처음.
경매를 통한 국내 미술품의 적정가격 형성과 시장구조 개선을 위한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경매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입찰등록인이 1백여명에 달했고 화랑.언론사 취재진.일반인까지3백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주한외교사절 20여명과 일본 도쿄(東京)경매구락부,크리스티 한국관계자 등도 시종 참관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8세기 작품인 「백자양각매화문(白磁陽刻梅花文)반닫이형 연적(硯滴)」.5~6명이 서로 뒤질세라 높은 가격을 불러 3억9천만원(예정가 3억5천~4억원)의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가장 낮은 낙찰가는 「국화문(菊花文 )표주박」(예정가 80만~1백만원)으로 1백70만원이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선 경매에 직접 참가해 15세기 「백자소문유개홍(白磁素文有蓋缸)」(낙찰가 7천5백만원)등 4점을 구입하고 정양모관장이 참관하는등 경매제의 국내 정착에 힘을 불어넣었다. 「청자향합」 한점을 낙찰한 고미술상 金모(45)씨는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해 기쁘다』며 미술품 경매제의 정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진행상 몇가지 허술한 점을 드러냈다.진행자가 더 높은 호가를 듣지 못하고 낙찰방망이를 두드린 뒤 항의를 받고 번복하거나 족자를 탁자위에 놓고 진행하는등 미숙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또 일부 응찰자는 『빨리 방망이를 두드 려』라며 낙찰을 재촉,진행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경매전을 주최한 ㈜한국미술품경매는 고미술상들이 중심이 돼 설립했으며 오는 6월15일 두번째 경매를 준비중인 김정웅대표는 『준비기간이 짧아 진행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미흡한점은 개선해 경매제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철규.김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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