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매출 신기록’ 세웠지만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줄어든 ‘외화내빈 실적’을 삼성전자가 내놓았다. 안팎의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도 있지만 증시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주가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본사 기준으로 매출 18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8900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6% 늘어 분기별 최고치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2% 줄면서 4분기 만에 다시 2조원을 밑돌았다. 해외법인의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액 29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이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통신 부문의 이익은 여전히 1조원 안팎씩 돼 실적의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값 상승, 베이징 올림픽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증가 탓에 이익 규모는 조금씩 줄었다. 특히 원가 상승과 수요 감소의 이중고를 겪은 가전 등 디지털미디어(DM) 부문은 1분기 400억원 흑자에서 2분기엔 16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부문의 이익은 27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1분기보다 900억원 늘어난 데다 해외 경쟁 업체들이 대부분 큰 적자에 허덕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독일의 세계 4위 메모리 업체인 키몬다는 2분기에 6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대만의 파워칩과 난야는 나란히 24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며 5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은 “비수기인데도 지난해 같은 분기의 두 배 이상 영업이익을 낸 건 고무적이지만 하반기에도 이익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계절적으로 성수기지만 글로벌 경기가 더 불투명해지면 전자·통신제품 수요 감소로 직결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적의 주축인 LCD의 시세가 내림세에 접어들었고 반도체 값의 바닥 탈출도 더딘 상황이다. 휴대전화 판매대수가 4570만 대로 1분기보다 약간 줄어든 것도 불안한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영업실적이 증권시장의 예상(영업이익 2조원)에 약간 미치지 못하자 주가는 전날보다 3만8000원(6.19%) 떨어진 57만6000원을 기록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하지만 뜯어보면 반도체·휴대전화 같은 주력 부문이 아니라 디지털미디어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보다 나쁜 실적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김창우·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