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지방자치단체의 갈등관리"펴낸 박호숙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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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역이기주의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대 지역의 다툼이아니라 오히려 한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이해싸움입니다.』5급이상고위공무원의 교육기관인 내무부 지방행정연수원 교수 박호숙(朴鎬淑.38)씨가 펴낸 『지방자치단체의 갈등관리』(다 산출판사刊)는 우리사회의 골칫거리인 지역이기주의,이른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의 실체를 실증적으로 탐구한 보기드문 책이다.
지난 7년동안 수백명의 정부기관 책임자.지방의회 의원.지역주민들을 직접 면담.관찰하고 여기에 저자의 많은 현장방문 체험을살려 지금까지 원론적 논의에 그쳤던 지역이기주의를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충남 아산 피혁단지를 중심으로 부산 용호하수처리장,백지화된 안면도 핵폐기물처리장,경북 위천공단 등 풍부한 현장사례를 들어가며 님비현상의 배경과 전개,그리고 해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이기주의는 중앙부처와 자치단체,중앙부처와 지역주민,자치단체와 지역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이해됐습니다.그러나 그속에는 주민들간의 다툼이 똬리를 틀고 있어요.』 예컨대 특정지역에 쓰레기장.가스저장소등 혐오 혹은 위험시설이 들어선다고 가정하자.그러면 지역주민들은 일제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다.하지만 토지보상 등으로 금전적 이득을 올리는 찬성파도 있게 마련.이때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찬성. 반대 양쪽을 고루 만족시키는 묘안이 나와야 한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민들은 도로확장.편의시설 설립등 공공적 혹은 집합적 보상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당장 자기 눈앞의 이익이 다르기 때문이죠.따라서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이해득실에 따라 차등화하는 전략이 선행돼야 합니다.』 朴교수는 15대총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남발하고 있는「혐오시설 절대불가」라는공약을 크게 우려했다.오직 표만을 의식,합리적 해결방안에는 눈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또 단체장들도 『내 임기에 골치아픈 일은 일단 중지』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인기성 정책만을 내세우는현실도 님비현상을 부채질한다고 꼬집는다.『정부.주민 모두 냉정한 이성을 되찾아야 합니다.주민대표라고 나온 사람 가운데 환경전문가 한명 없고 국내에 제대로 된 시설 하나 없이 주민들 을달래기 위해 선진국 견학을 주선하는 정부의 대응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그는 또한 지역이기주의가 이제 막 꽃피기시작한 지방자치주의를 좀먹는 암(癌)이라고 규정했다.주민간에 불신만을 증폭시켜 면단위에서조차 서로 으르렁대는 상황이 계속되는한 지방자치의 핵인 공동체정신은 이미 물건너간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는 뜻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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