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스포츠와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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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美國)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의 감독 필 잭슨은 동양의 선(禪)에 몰두해 있다.그는 집에서 매일 아침 촛불을 밝히고 40분씩 좌선(坐禪)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왕년에 선수였던 그는올시즌부터 턱수염을 기르고 안경까지 쓰고 나와 영락없는 「코트의 철인(哲人)」이다.
팀 선수들에게 선에 관한 책을 돌리고 게임에 앞서 「마음을 비우고 팀의 조화(調和)」를 역설한다.어릴 적 기독교에다 동양의 선,그리고 모든 사물에 생명이 깃들여 있다는 아메리카의 토속 정령(精靈)숭배를 결합해 신비스런 「농구신앙」 을 펼치고 있다.마이클 조던을 비롯한 팀 선수들이 잘 응해 「부처님과 그제자들」이란 조크도 듣는다.
「농구는 리듬과 조화」가 그의 농구철학이다.혼자서 상대수비를비집고 슛을 날리는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절묘한 패스와 어시스트,신속한 공수(攻守)전환의 리듬이 농구의 생명이라고 한다.농구는 「게임이자 인생여정(旅程)이자 댄스」라고 그 는 정의한다.
팀 스포츠 중에 농구만큼 이기적 충동이 강한 경기도 없다고 한다.득점왕 조던과 만능선수 스코티 피핀,그리고 리바운드의 명수이자 「코트의 무법자」 데니스 로드맨이 시카고 불스의 세 기둥이다. 조던은 결정적인 순간 공을 독점한다 해서 동료들간에 「암살자」로 불린다.색깔머리의 로드맨은 코트바깥에서 동료들과 말도 잘 건네지 않는다.피핀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잭슨의 농구신앙이 이들을 하나로 묶으며 코트에서 시너지를 창출한 다.시카고 불스는 프로농구 사상 70승(82게임중)의 대기록에 다가가고 있다.주전들에게 예기치 않은 부상이 유일의 복병이다.
잭슨은 최근 『성스러운 바구니(Sacred Hoops)』란 저서에서 공을 집어넣는 바스켓을 신성(神聖)에 비긴다.조던.매직 존슨.찰스 바클리등 슈퍼스타 역시 돈이 아닌 게임에의 사랑과 「성스러움」을 믿음으로 삼는다.
휴스턴 로케츠의 아킴 올라주원은 지난해 챔피언을 쟁취하는 순간 알라신에게 맨 먼저 감사드렸다.덴버 너기츠의 득점스타 압둘라우프가 회교교리에 어긋난다며 시합직전 미국 국가(國歌)연주 때 도열을 거부해오다 요며칠 홍역을 치렀다.「신 의 숭배와 국가에 대한 경의(敬意)는 구분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고 있다.프로의 경지는 가위 종교와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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