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수능에 제2외국어 포함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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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발표된 내년 대학입시 요강에서 특기할 점은 본고사가 폐지되고 수학능력시험 반영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현행 입시위주 교육체제에서 학생들이 수능시험준비에 매달릴 것은 뻔한데수능 과목엔 제2외국어가 빠져 있다.본고사까지 없어져 고교에서제2외국어 교육의 표류가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를 내다볼 때 제2외국어 교육이 이렇게 방치될 때인가.
세계 각국은 부단한 노력으로 세를 과시하고 견제하는 「경제전쟁」과 「문화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은 필연적으로 국력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가 상대하는 무역국은 40여개국으로 전세계 국가의4분의1을 넘 는다.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언어가 있지만 북미를 중심으로 한 영어,남미는 스페인어,아프리카는 프랑스어,북유럽은 독일어,중동은아랍어,아시아는 일어.중국어등 7개 언어가 주요 언어로 통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만을 강조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처사다.10년후에는 국제사회가 다원화.다언어화될 것이다.다언어위주의 외국어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고교 교과과정에는 학생들이 제2외국어를 필수선택과목으로10단위까지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학교 현장에선 제2외국어 교육이 파행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수업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수능시험에도 없는 제2외국어 수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나 학교 관리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여서 고3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수능시험준비를 위한 편법운영이 만연한다.
현재와 같은 입시교육체제에서 제2외국어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은 수능시험에 포함하는 것 뿐이다.외국어 교육은 급조하기어렵다.한 나라의 문화를 익히고 자연스런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려면 꾸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교육개혁위원회는 2000년대 교육과정부터 외국어교육을 강화한다고 천명했고 제2외국어를 중학교 수준으로 내리는 것까지 고려한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이미 새로 임용되는 제2외국어 교사의 수가 줄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아가면 4년후 교사 확보조차 어려워 갑작스런 외국어교육의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 뻔하다.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어교육강화에 조속한 정책적 지원이 요청된다.
채수연 한영고교사.제2외국어교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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