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결국 HSBC 품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영국의 HSBC 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 정부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HSBC에 대해 조만간 인수 승인을 내주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됨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의 신인도가 계속 악화되고 있어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며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이미 승인 심사와 관련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그 내용을 다음 주 초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식적인 금융위의 승인 시점은 외환카드 주가 조작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는 10월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무적인 심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승인은 재판이 끝난 뒤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HSBC는 이달 말로 끝나는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의 만기일을 연장하자고 론스타에 제안했다. 론스타도 23일(한국시간) 이사회를 열었으며, 다음 주 초 HSBC와의 계약 연장 등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HSBC와 론스타 사이의 계약 만료일(7월 말)을 앞두고 정부가 뒤늦게 승인 절차를 진행키로 한 것은 이 문제를 더 미룰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론스타는 최근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계속 진행시키지 않을 경우 보유지분(약 51%)을 주식시장에서 매각한 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해 왔다. 지분을 시장에서 팔 경우 HSBC에 파는 것보다 싸게 팔아야 하므로 그 차액만큼을 손해로 간주하고 이를 한국 정부 책임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건을 제때 처리해 달라는 서한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했다.

HSBC는 지난해 9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을 하고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냈다. 그러나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이 진행되자 금융 당국은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며 계속 심사를 미뤄 왔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