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워싱턴政街 로비戰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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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주 중국의 M-9 미사일이 대만 근해에 떨어지던 무렵 주미 중국대사관은 워싱턴 정가 곳곳에 연설문 하나를 급히 돌렸다.『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은 위험하다』는 요지의 이 연설문은 지난 2월 샘 넌 미 상원 군사위 위원장이 의회에 서 행했던 것. 중국대사관은 대만 해협의 긴장 사태를 설명하고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발빠르게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이는 최근 워싱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국.대만간 대미(對美) 「로비전쟁」의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미국내 주요 홍보업체들을 불러들여 미국식 로비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지금까지 대미 로비에서 절대 우위에 있던 대만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말 대만을 위한 미국내 로비 회사는 캐시디사등 모두 30개. 14개인 중국에 비해 일단 수에서 압도적이다.
대만은 일찍이 지난 40년대 장제스(蔣介石)총통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을 앞세워 미 정가를 「차이나 로비」로 주름잡았다.이후 대만은 미 의회를 상대로한 로비력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최근에는 대미 로비를 위해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최고 참모류타이잉(劉泰英)을 중심으로 「대만연구원」을 설립,미 정가를 공략하고 있다.
대만의 로비는 의회와 정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언론.기업.학계 등 미국내 모든 여론 주도계층을 상대로 저인망식 로비를 하고 있다.워싱턴 주재 대만 대표부는 상.하 의원 및 보좌관들의부부 동반 대만 방문을 수시로 주선한다.빌 클린 턴 대통령도 젊었을 때 일찌감치 대만을 다녀왔다.
이같은 로비 결과 현재 미국내 친대만 의원들은 공화당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 등 70~80명에 이른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분석이다.
또 헤리티지 재단을 비롯,워싱턴 포스트등 미국내 유수 연구.
언론기관들이 「대만 편들기」 논조를 펴는 것도 대만의 로비와 무관치 않다.대미 로비의 후발 주자인 중국은 그간 주로 최혜국대우(MFN)연장이나 인권문제등에 관한 미 의회의 여론을 호전시키는데 로비력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만의 로비력을 차단시키는데 더 힘을 쏟고 있다.중국의 로비 전선에는 부시 행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냈던 로렌스 이글버거를 비롯해 칼라 힐스 전무역대표부(USTR)대표,알렉산더 헤이그 전국무장관,하워드 베이커 전상원 민주당 원내총무 등 내로라하는 로비이스트들이 포진하고 있다.미국을 겨냥한중.대만의 로비전은 「보이지 않는 제2전선」에서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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