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연예가] 원미연 그녀도 한때는 탤런트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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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은 가수들의 연기 외도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한해였다. 특히, 수많은 누님들을 울고 웃겼던 '상두야 학교가자'(KBS)의 비를 비롯해 에릭.신성우도 연거푸 주연을 따내며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탤런트에서 가수로 변신을 성공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곳에 원래 탤런트였던 가수가, 그것도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라이브 전문 가수가 있는데…. 바로 목청좋은 그녀, 원미연이 알고 보면 미모의 여배우였다는 사실?

"중앙대 연극영화과 84학번인데요. 제 동기 중에는 손창민과 손현주가 있고, 첫 드라마 데뷔는 배종옥 선배와 함께 했어요. 그때는 꽤 촉망받는 배우였는데 사람들이 잘 안 믿네요."

그녀는 대학교 1학년 때 교육방송의 '알쏭이 달쏭이'란 어린이 프로그램의 진행으로 방송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다. 그곳에서 1년여 동안 입술을 풀고 다음해 대학가요제에 도전, 당시 서울지역 예선에서 1등을 차지했다. 드디어 본선날. 그녀는 물론, 주변에서도 대상을 탈 기대에 부풀었는데….

"금상을 부르는데 제 이름이 안 나오더라고요. 아, 그럼 내가 대상이구나. 수상소감을 준비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 이름을 호명하더라고요. 얼마나 기막히던지…."

그때 운명의 여신은 그녀를 배우로 만들려했던 것일까? 얼마 후, 미연은 대학 동기들 중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KBS 특채 탤런트가 되었고 일요아침 드라마 '해돋는 언덕'에 배종옥과 나란히 캐스팅 되었다.

그녀의 첫 배역은 고아지만 밝고 꿋꿋한 가수지망생 '진숙'으로 무려 1년을 넘게 이 역할에만 몰입했고 곳곳에서 연기자 원미연의 러브콜은 계속됐다. 그렇다면 그녀의 가장 잊지 못할 작품은?

"작품이라… 감회가 새롭네요. '해돋는 언덕'을 오래 했으니까 제일 기억에 남고, 당시 인기 높았던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서도 반응 좋았죠. 그런데 '전설의 고향'에서 각설이 역할 하면서 목에 피나도록 타령 연습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런 그녀가 연기생활 3년의 종지부를 과감히 찍은 이유는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었던, 장르의 외도가 허용 안 되는 시대의 탓이 가장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는데?

"어떤 드라마 PD분이 꼭 제가 연기해야 한다며 다급하게 찾더라고요. 절 생각하며 쓴 대본이라며. 그래서 어떤 배역이냐고 물었죠. 주인공은 주인공인데… 성형수술 전의 역할이라나?" 그 후로 그녀는 음악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아직도 연기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고. 다시 기회가 닿는다면 멜로드라마의 슬픈 여주인공보다 배꼽잡는 시트콤의 털털한 이웃집 언니역으로 피끓는 연기혼을 불태우고 싶단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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