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목 “아, 100승 어렵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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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 부진한 롯데 이대호가 3회 초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이호형 기자]

3점 차 리드에 1사 1, 2루 위기. 아웃카운트 두 개만 잡으면 마운드의 투수는 100승 고지에 오르는 승리 요건을 채우게 된다. 만약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감독은 선수들의 엉덩이를 툭툭 쳐주는 자리지만 때로는 냉정한 결단력도 필요하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23일 광주 KIA전에서 ‘승부’를 택했다.

삼성 이상목(37)이 통산 100승에 8번째 도전했지만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이상목은 6월 5일 LG전에서 99승을 올린 뒤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강판은 수비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6-2로 앞선 5회 1사 1, 3루의 위기에서 이상목은 장성호를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바운드가 크게 튄 터라 실점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아웃카운트 한 개는 늘릴 수 있는 상황. 그러나 1루수 채태인은 공을 2루로 뿌리며 무리하게 병살 플레이를 시도했다. 하지만 주자는 모두 살았다. 그 사이 3루 주자는 홈을 밟아 점수는 6-3. 1사 1, 2루 위기가 계속되자 선 감독은 과감하게 투수 교체를 지시했고, 이상목은 씁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채태인이 타자 주자만 아웃시켰더라도 투수 교체는 참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선 감독의 투수 교체는 1승이 소중한 4강 싸움에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상목의 구원투수로 나온 정현욱은 이재주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요리하며 불을 껐다. 결국 삼성은 6-3으로 승리하며 KIA를 밀어내고 하루 만에 5위를 되찾았다.

선발의 무게로 볼 때 이상목보다는 시즌 삼성전 2승에 평균자책점 0인 KIA 이범석이 단연 앞섰다. 이범석은 4일 대구 경기에서는 삼성을 노히트 노런 직전까지 몰아넣으며 데뷔 첫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피’로 바뀐 삼성 타자들은 2회를 넘기도 전에 이범석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1회 최형우의 2루타 등으로 2점을 뽑은 뒤 2-2 동점이던 2회 볼넷 두 개와 상대 실책으로 잡은 무사 만루에서 우동균의 싹쓸이 3루타로 승기를 잡았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시즌 24세이브째를 거두며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인천에서는 선두 SK가 9회 나주환의 절묘한 끝내기 스퀴즈 번트로 롯데에 7-6으로 승리했다. 롯데전 8연승. 롯데는 0-3으로 뒤진 3회 가르시아의 동점 스리런과 31일 만에 터진 이대호의 랑데부 솔로로 역전에 성공했으나 뒷심에서 밀렸다.

KIA의 상승세가 잠시 쉬어간 탓에 롯데는 4위를 유지했지만 4강 싸움은 더욱 혼전 양상을 띠게 됐다. 4위 롯데(43승45패)에서 5위 삼성(46승49패), 6위 KIA(44승48패)까지 세 팀의 간격은 한 게임 차로 더욱 좁혀졌다.


정회훈 기자, 인천=허진우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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