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초등생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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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체험학습 보고서가 논술 공부보다 학습 효과가 더 큽니다.” 『꼭 가봐야 할 교과서 속 체험학습』을 낸 이용호(서울 면일초)·이경아(인천 구산초) 교사의 조언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와 함께 체험학습을 다니며 ‘교과서 밖 세상여행’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 독자인 고경자(43·서울 중랑구 망우동)씨는 딸 수민(초등4)양, 아들 동원(초등1)군과 함께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경북 문경새재로, 1학기 중엔 생태공원으로 체험학습을 즐겨 다녔다. 고씨가 두 교사에게 효과적인 체험학습 보고서 작성법을 물었다.

◇“아이가 직접 준비·조사해야”=“보고서 작성의 절반은 탐방 전 사전 조사와 준비 과정에서 이뤄져요. 얼마나 꼼꼼히 준비했느냐에 따라 보고서 내용도 달라지거든요.”

고씨는 체험학습 전 자녀와 함께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체험 주제와 분야는 반드시 자녀와 함께 정한다. 박물관 탐방의 경우 전시물을 모두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학습할 시대와 대상(의복·주거형태 등)을 미리 정한다. 고씨는 “아이가 평소 공부하기 어려워하는 사회교과를 골라 그중 가장 어려운 단원에 나오는 지역을 탐방 대상으로 정했다”며 “2학기에 배울 내용과 연관되는 내용을 우선 골랐다”고 말했다.

◇“주제·대상별 구체적인 내용 담아야”=고씨는 ‘우리 마을의 공공기관 종류와 역할’, ‘신라의 도자기 문화를 찾아’ 등 주제별로 학습 내용을 정한다. 이와 관련, 이경아 교사는 “교과서와 연관되지 않아도 ‘우리 가족의 모임’, ‘복지기관 봉사 활동’처럼 자녀의 일상 경험을 소재로 삼으면 학습동기 유발과 보고서 작성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고씨는 탐방 때 아이가 스스로 안내문을 이해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준비한 자료와 비교하는 등 조사활동을 직접 하도록 유도했다. 보고서 내용은 체험 동기·목적, 탐방 장소·일시·풍습·기후, 역사·유적 등 6하원칙에 맞춰 구성했다. 정보의 나열보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과 소감을 쓰는 데 중점을 뒀다. 고씨는 “궁금한 점은 따로 기록해 다시 체험학습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역할놀이로 창의적 보고서 작성을”=보고서는 수필문·안내문·일기문 등 다양한 형식을 취했다. 문경새재 경험은 친구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소개했고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그림엽서를 만들었다. 길동자연생태공원 체험은 보고문 형식으로 사진을 붙인 후 관찰 내용을 썼다. 공원에서 얻은 자료와 사진을 붙여 특징을 기록했다.

고씨는 아이들에게 식물의 특징을 쓸 때 주변 사물이나 동물의 생김새에 비유하며 쓰도록 했다.

글을 쓰는 데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역할놀이를 택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상상 속의 관광가이드가 돼 관광객에게 문화재를 소개하거나, 기자로 변신해 역사 속 인물과 가상 인터뷰를 하는 방법이다. 또 문화유적 탐방 때는 ‘수민이가 당시 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물어 창의적인 보고서를 쓰도록 했다.

이용호 교사는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엔 자녀가 아쉬웠던 점과 현장에서 더 조사하고 싶은 것을 점검토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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