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기근 방송가 속앓이-프로는 늘고 진행자 모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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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방송가에 「MC 기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봄프로그램 개편과 오전 방송시간 2시간연장에 따라 방송3사가 약속이나 한듯 토크쇼나 대담프로를 대거편성했기 때문이다.가뜩이나 「잘나가는」 진행자 한사람 구하기 어려워 방송사간에 스카우트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뤄진 대담.쇼.오락프로의 증가가 MC난을 부채질한 것이다.이에 따라 각 방송사는 유명연예인 MC 확보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아나운서를 진행자로 대거 기용하는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봄개편에서 KBS는 기존의 『아침 마당』외에 오전 시간대에 『생활백과』『주부도 경쟁력이다』『독점 여성시대』등을 편성했다.
대담프로여서 진행자가 그만큼 늘어나야 했다.
오전에만 4개 프로가 신설된 MBC도 사정은 마찬가지.『10시 임성훈입니다』『MBC여성아카데미』『깜짝 정보쇼』등 비슷비슷한 프로가 집중 편성됐다.SBS도 『이경실의 세상을 만나자』『신세대부모선언』『주부도 프로시대』등 6개를 늘렸다 .
사람은 없고 프로만 늘리다 보니 일부 인기MC들의 겹치기 출연이 불가피해졌다.
임성훈의 경우 MBC의 『10시 임성훈입니다』외에 KBS-2TV의 『밤과 음악사이』등 4개 프로의 진행을 맡았다.개그우먼이경실도 케이블TV까지 포함,모두 3개 프로에 뛰고 있다.
사정이 안되는 진행자를 선정했다가 막판에 교체하는 해프닝도 생겼다.MBC 『깜짝 정보쇼』는 당초 송승환을 진행자로 선정했다가 송승환의 스케줄이 안맞자 부랴부랴 김승현으로 교체했다.
MC난의 혜택(?)을 본 것은 아나운서들.KBS는 이번 기회에 부족한 진행자 자리에 아나운서들을 대거 투입했다.프로그램의질도 높이고 사람부족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따라 총 68명의 아나운서중 그동안 가동률이 40%미만이던 것이 최근에는 70%까지 육박하고 있다.
아나운서의 MC 진출 러시에 대해 방송사측은 공영성 강화 측면을 강조하지만 그보다는 궁여지책이란 분석이 더 우세하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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