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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악기 지도는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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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에 학부모께서 상담을 해오는 내용 중 음악과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질문은 ‘선생님 어떤 악기를 가르쳐야 하나요?’ 혹은 ‘음악과 수행 평가를 대비하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요?’, ‘단소는 언제부터 배우나요?’ 등 기악에 대한 질문이 대다수였다. 생각해보니 학년별로 어떤 악기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다루어야 하는 지에 대한 안내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초등학교 음악과 교육과정에 따라 '악기 지도' 시기와 학년별로 요구하는 연주 수준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음악 수업을 하다 보면 개인차가 크고 수업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활동이 ‘악기 연주’이다. '악기 지도'는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개별지도를 해야 단계별로 연주법을 습득할 수 있으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므로 꾸준한 연습이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악기 연주 수업'은 다인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준별 개인 지도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충분한 연습 시간을 화보하기 힘들다. 이에 암묵 간에 ‘악기 지도’만큼은 자율 학습과 가정 학습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년별로 다루고 있는 타악기, 건반악기, 관악기의 종류와 연주 수준을 가정에서 미리 확인하고 대비 할 수 있다면 내 아이가 음악 수업에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음악과 '기악' 수행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평가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요구하는 주법의 난이도가 높아지니 미리 미리 각 학년에서 요구하는 최종 도달 수준만큼의 '악기 주법'을 익혀 두자.

'악기 지도' 시 특히 학부모가 유의해야할 점은 학생의 발달단계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욕심을 부려 무리하게 하는 지도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듯 하게 보일지 모르나 아이들에게는 악기 연주의 흥미를 잃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학년별 '악기 지도' 수준을 모르겠다면 다음 표를 참고해보자.

필자가 직접 초등학교 전 학년 음악과 교과서와 지도서를 놓고 각 학년별 음악 교과서에 나와 있는 '기악 활동' 관련 제재곡과 악기 주법과 관련된 내용을 추린 후 해당 학년에서 반드시 '주법'을 익혀야하는 악기를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악기가 도입되는 순서는 리듬악기-가락악기 , 타악기-관악기-건반악기 순이다. 1,2학년 때는 음악교과 대신 즐거운 생활 교과를 통해 리듬악기 중 비교적 다루기 쉬운 탬버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서양악기)과 소고와 윷가락(전통악기) 등을 배움으로써 리듬감을 익힌 후 3학년 때는 1,2학년 때 배운 리듬악기와 더불어 가락악기인 멜로디언과 관악기인 리코더가 새로 배우게 된다. 4학년 때는 새로 도입되는 악기는 없지만 각 악기를 통해 성취해야하는 '목표치'가 높아지고 5학년 때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소'지도가 시작된다. 그리고 3학년 때부터 4개 학년에 걸쳐 전통악기 중 가장 대표적인 '장구'를 통해 우리의 전통 음악에 기본이 되는 장단을 세마치-자진모리-굿거리-중중모리 순으로 배우게 된다.

음악 교과서만큼 좋은 연습 교본은 없다. 학교에서 배워 귀에 익숙한 곡을 중심으로 악기 지도를 시작해보자.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곡을 선택하거나 너무 많은 주법을 익히기를 요구한다면 아이는 지레 겁먹고 '악기 연주란 어려운 것'으로 여길 것이다. 예를 들어 단소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중임무황태 5개음을 한꺼번에 가르쳐주는 것 보다는 처음에는 바람을 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소리내기 쉬는 '태'음내기를 지도한 후 '교과서'에 나온 제재곡 순서대로 연습해보는 것이 아이의 성취 의욕을 고취시킬 것이다.

김범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