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소멸되지 않는 테러리즘-이코노미스트誌3월8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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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루살렘과 런던에서 잇따라 발생한 폭탄테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진다.이러한 테러가 오히려 진행중인 평화협상을 가속화시킬 것인가,혹은 테러리스트와 그 연루자들을 협상 테이블에서 내몰 것인가.
이 문제와 관련한 민주국가들의 공식적 태도는 단순 명료했다.
테러리스트들과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그처럼 간단치 않았다.
지난 86년 미국은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리비아에 폭격을 가했지만 그후 이란에는 미국인 인질을 되돌려 받는다는 조건으로 무기를 판매했다.영국도 기회있을 때마다 『테러리스트들과는 결코 대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다른 한편 에서는 아일랜드공화군(IRA)측과 비밀협상을 진행해 왔다.
일반인들의 테러리즘에 대한 생각은 더 복잡하다.남아공(南阿共) 아프리카민족회의(ANC)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경우에서 보듯 어제의 테러집단들이 오늘은 존경받는 대상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테러리스트와 자 유투사는 종이의 앞뒷면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설사 폭력집단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아라파트처럼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과는 별도로 지속적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온건파들이 많다.
하마스측의 입장도 통일된 것이 아니다.대다수는 자신들의 목표가 이스라엘인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국가에서 이슬람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이스라엘인들은 평화협상이 테러를 부추길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주정부로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해결책이란 존재하기 어려울 뿐더러 테러리즘 또한 일종의 관성(慣性)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단계에서 해결책은 「정당한 불만 때문에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할 뿐이라고 공언하는 테러리스트들을 「단순한 범죄집단」으로전락시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이론(異論)이 없지 않지만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부도 이런 해결책에 근접해 가고 있다.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서로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 하는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테러리스트들의 「범죄행위」를 어떻게 고립시킬 것인가에 대해 합의를 진전시켜 나갈수록 진정한 중동평화의 성립이 앞 당겨진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 하더라도 테러리즘은 소멸되지 않을지 모른다.그것이 테러리즘의 속성이다.
[정리=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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