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의뿌리가바뀌고있다>5.職能단체들 중요 표밭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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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7일아침 서울 강북의 한 야당후보 사무실.
협회지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가 찾아왔다.수행원에게 일정을 보고받던 B후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이구 어쩐 일이십니까.』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A씨는 앉자마자 회원들의 민원이라며 지역구내 배수로 공사와 관련해 일부구간의 수정을 부탁했다.B후보는 즉시 관할구청 사회복지과에 전화를 걸어 구청장 면담을 성사시켰다.돌아가면서 A씨는 『회원들의 표는 염려마십시오』라는 말을 잊지않 는다.
『서울에만 회원이 3만여명에 달한데다 매주 친선모임을 갖는등우리 지역구에서 무시못할 표밭중 하나입니다.』 A씨가 돌아간뒤B후보의 설명이다.직능단체가 강력한 표밭으로 떠오르고 있다.
혈연과 지연이 과거 우리정치의 가장 큰 변수였지만 미래정치의변수로 직능단체가 손꼽히고 있다.생활권이 직장과 동호인회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권익단체인 직능조직의 위력은 갈수록 커지는추세다. 신한국당의 김욱(金彧)직능국장은 직능단체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도시에서 지역중심의 득표전략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아파트에선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고 가장(家長)은 대부분직장에 나가 후보가 만나기 어렵다.이미 미국에선 직능단체가 선거전을 좌지우지하는 상태다.』 사회환경변화로 이웃과의 교류가 없어지고 이익집단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선거에서 직능단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이북도민회의 경우 전국의 회원수는 4백50만명에 이른다. 1백40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한노인회 백창현(白昌鉉)회장은 『전국의 경로당이 2만7천개로 경로당마다 매일 40~50명은 모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신한국당 C후보는 15명의 동책을 움직이는데 하루평균 2백만원이 「깨진다」고 했다.그나마 이들의 활동도 상대후보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예전보다 활발하지 않다는 불평이다.생각다못한 C후보는 지난달 중순부터 중앙당의 협조를 통해 지역구내 이.미용사협회 회원들을 지구당부위원장등에 임명,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이달초 자민련 D후보의 지구당개편대회에는 8천여명이란 대규모 청중이 참석해 당 지도부를 놀라게 했다.오후9시쯤 대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봉고차 안에서 10여명의 주부들에게 한 40대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청중 대부분을 우리회원들이 동원했다.그런데 앞으로 손님들을 만날때면 D후보를 찍어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지말고 머리를 해주는 동안 자연스럽게 얘기를 풀어가라.』 지구당관계자는 이들이 시(市)미용사협회 회원들이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당은 직능단체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쓰고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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