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숨가쁜 정권도전 '메이저 보수당'의 운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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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7년실시될 영국총선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79년 이래 노동당의 끈질긴 도전을 물리치면서 17년 동안 장기집권해 온 보수당 정권이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의강력한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현재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등에따르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이 압도적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노동당은 정당별 지지도에서 15% 이상의 큰 격차로 보수당을 앞서고 있다.시간이 갈수록 양당간 차이가 벌어지는 추세다. 최근 프랑스.스페인 등에서 실시된 각종 선거에서 사회주의정당이 몰락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유독 영국에서만은 노동당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동당이 영국에서 부활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들고 있다.
***가 장 큰 이유는 역사적으로 확립된 양당제 아래서 이제는 「민주주의의 시계추」가 왼쪽으로 움직일 때가 왔다는 것이다. 우파 정권에 식상한 영국인들이 이제는 사회주의 성향의 정당을 원하게 됐다는 것이다.실제로 최근의 각종 지표를 놓고 보면보수당의 존 메이저 정권은 인기를 잃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메이저 집권 직후인 91년 마이너스 2.3%를 나타냈던 영국국내총생산(GDP)은 95년 2.6% 성장을 기록해 독일(2.
1%).프랑스(2.5%)등 다른 유럽국가보다 좋았다.실업률도 91년 8.9%였던 것이 올해초 8.0%로 낮아져 국내 경제사정은 훨씬 좋아졌다.그러나 문제는 생활의 질이 날로 떨어진다고국민이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현 정권이 재정적자 해소및 세금감면을 우선 목표로 삼은 결과 의료.교육 등 공공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삭감해 복지혜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중산층 이하의 다수계층은 현 메이저정권이 「있는 자」들의편에 서있다는 불만을 갖게 된 것이다.
둘째 원인은 보수당 자체의 내분이다.
***유 럽통합과 관련,당내 우파세력들은 사사건건 메이저의 당권에 도전해 그의 지도력에 결정타를 가함으로써 보수당의 인기가 폭락했다.최근에는 에마 니컬슨 등 당내 중진의원 2명이 탈당한 후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에 들어가 적전분열 현상까지 보여 줬다.반면 노동당은 94년 젊고 참신한 블레어가 당권을 잡은 이후 구태의연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노동당의 지지계층을 확산시켜현재는 중산층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블레어는 특히 기간산업의 국유화 포기 등 사회주의적 색채를 많이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바꿔 보수당의 전통적 지원세력인 기업인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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