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영 기자의 글로벌 인터뷰]“앨 고어, 문제 과장해 나쁜 정책 권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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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 22면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에너지환경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비외른 롬보르 교수(왼쪽)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롬보르 교수는 이 청문회에서 “고어의 온난화 주장은 크게 왜곡돼 있다”고 증언했다. (사진=롬보르 교수 홈페이지www.lomborg.com)

비외른 롬보르(43) 덴마크 코펜하겐 경영대학 교수는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접근하는 대표적 학자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04년), 영국 유력지 가디언의 ‘지구를 구할 수 있는 50인’(2007년)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적 ‘지구온난화 회의론자’ 비외른 롬보르 교수

그는 2003년 『회의적 환경주의자』를 통해 환경운동 단체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지난주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신간 『쿨 잇(Cool IT)』(살림 펴냄)에서는 온난화의 허와 실을 파고들었다. 현재 170여 개국이 비준한 교토 의정서에 대해 “값비싸고 효율은 떨어지는 ‘폼 나는’ 대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교토 의정서를 시행하면 매년 0.06마리의 북극곰을 살릴 수 있지만 사냥 중단 조치를 취하면 800마리가 넘는 북극곰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쿨 잇』은 특히 정치가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주된 타깃으로 삼았다. 고어는 지난해 79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불편한 진실’에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며, 환경 분야에서 이룩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과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중앙SUNDAY는 18일 롬보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쿨 잇(진정하라)’의 의미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지구온난화 주장의 과학성 논란과 관련해 어떤 입장에 서 있나.
“나는 사회과학자로서 자연과학자들의 주장을 존중한다. 특히 IPCC의 연구에 참가한 수천 명의 자연과학자가 내린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동의한다. 지구온난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IPCC와 그 연구 결과를 믿을 만하다고 보나.
“일반적으로 그렇다. 특히 자연과학 워킹 그룹의 기후 예측 모델은 신뢰할 만하다. 문제는 나머지 워킹 그룹 두 개(영향·대책 관련)다. 정치적 입김을 세게 받는 워킹 그룹들이다. 많은 정부가 비용은 고려하지 말고 CO₂감축 방안을 마련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과학계의 연구 결과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학계의 다수설이 아니라 소수설이 공론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예컨대 IPCC 과학자들은 해수면이 18~59㎝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간치는 30㎝다. 지난 150년간 해수면은 30㎝ 상승했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앞으로 30㎝ 더 상승할 경우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만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앨 고어와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인 제임스 핸슨 박사는 ‘6m설(說)’을 유포해 사람들을 겁주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해수면을 열흘마다 한 번씩 측정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은 해수면이 오히려 낮아졌다.”

-‘환경 전도사’인 앨 고어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일방적 주장을 편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처럼 혹서(酷暑)에 의한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온도가 상승하면 혹한(酷寒)에 따른 사망은 줄어든다. 영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 혹서에 의한 사망이 지금보다 2000명 늘지만, 혹한에 의한 사망은 2만 명이 준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선 과장이 필요한 건 아닌가.
“그런 주장을 많이 한다. 좋은 일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약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자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가치 있는 목표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지구온난화 문제 말고도 가난, 열악한 위생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인류가 해결할 우선순위를 민주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과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과장을 하면 사람들은 패닉(panic·공포) 상태에 빠져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

-‘과장’은 다른 말로 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것 아닌가.
“작은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으니 점점 더 큰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좋은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지구가 운석과 충돌해 멸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모든 재원을 운석 충돌에 대비하는 데 써야 되지 않을까. 최악의 지구온난화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선 당장 항공기 운항 등 모든 CO₂ 배출 요인을 중단시켜야 한다. 앨 고어는 문제를 과장해 나쁜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엄청난 재원 투입이 필요한 데다 효과도 별로 없는 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홍수와 가뭄 같은 최근의 극한 기후는 지구온난화가 원인인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앞으로 몇 가지 기상현상이 악화된다는 증거가 일부 있다. 지구온난화와 허리케인 피해를 연결시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됐다. 미국에서 허리케인의 피해가 증가한 것은 온난화보다 사회적 취약성과 훨씬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해안가에 살고 있는 게 문제다. 지난 세기 미국 인구가 네 배 증가했는데, 플로리다주 해안가에 사는 인구는 50배나 증가했다. 뉴올리언스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교토 의정서 준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부정직하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방어시설, 습지대 확충 등이 훨씬 저렴하고도 현실성 있는 ‘똑똑한’ 정책이다. 허리케인 연구자들이 하는 얘기가 있다. 허리케인에 대처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말은 알코올 중독에다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건강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라는 것과 같다.”

-교토 의정서가 효과가 없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에너지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태양열 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10배나 더 비싸다. 교토 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분의 1을 투입해 태양열 에너지 등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면 열 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양열 에너지가 석유보다 값싼 에너지원이 되면 사람들은 도덕적 의무감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로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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