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드러난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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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세돌 9단 ●·쿵 제 7단

제13보(213~246)=바둑은 예상대로 진행됐고 한국식 룰에 따른다면 236에서 끝났다(225-△의 곳 이음). 다시 계가를 해 본다.

▶흑집=좌상 65, 하변 4, 우하 13, 중앙 7, 합계 89집.

▶백집=우상 60, 좌하 10, 중앙 10, 덤 7.5, 합계 87집 반.

여전히 바둑은 흑이 이기고 있다. 그것도 반집이 아닌 한 집 반이다. 응씨 룰은 공배도 끝내기지만 공배에서 승부가 바뀌는 법은 없다. 방식만 다르지 결과는 항시 같은 것이다. 한데 공배 메우기가 진행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세돌 9단이 240에 두자 쿵제 7단이 241로 자기 집을 메우는 게 아닌가. 눈을 씻고 다시 보니 과연 이 흑집엔 수가 숨어 있었다.

‘참고도1’이 공배가 다 메워진 상태인데 흑이 손 뺐다가는 백1에 두는 수가 있다. 흑2는 오직 한 수인데 이때 3으로 달리면 빅이 된다. 전체가 공배로 변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밀은 242에 있었다. 손 빼면 ‘참고도2’처럼 수가 난다. 243에 가일수하자(A에 둬도 마찬가지) 나중에 B에 이어야 함을 계산하면 흑집이 또 한 집 줄었다. 이리하여 두 집이 줄자 승부는 백의 반집 승. 기막힌 역전이다. 그러나 이 바둑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마지막 드라마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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