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셈 다른 ASEM 정상들-幕後 이익챙기기 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제1회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어떤 특정한 의제가 없다. 또 어떤 협정이나 계약도 맺지 않는다.
기껏해야 두 지역간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은 전체회의는 물론 심야의 쌍무 회담까지 동원,저마다 국익 챙기기에 분주하다.
개막전인 29일 아시아 10개국이 유럽연합(EU)에 맞설 비공식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중국과 영국이 비밀회담을 가졌고,1일에는 한.중 정상이 공식 일정이 끝난 심야에 서로 만났다.
영국도 일본.베트남.태국과 잇따른 정상회담을 여는 등 공식 행사에 없는 별도의 쌍무회담이 여기 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방콕이란 한 침대에서 25개국 정상들은 서로 다른 꿈을 꾸고있는 것이다.
이번 ASEM을 주도하고 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7개국들의 속셈은 사실 유럽시장 진출이다.
그중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유럽 연합의 관세 장벽을 비난하는 데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ASEAN의 맹주를 노리는 태국은 메콩강 개발에 EU와 한국.일본 등을 참여시키기 위해 안간힘이다.
한국은 발빠르게 제3차 ASEM 개최를 따낸데 이어 북한 경수로와 관련,국제사회의 보다 많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유럽 경제장관회의 일본 개최를 성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취임한 지 얼마 안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이 회의를 세계 정치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최적의 장소로 간주,각국정상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위한 지지를 끌어내고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홍콩 반환 문제로 영국과 대결 국면을 연출하던 중국은 최근 태도가 상당히 누그러졌다.
EU진출엔 영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철수하는 영국 또한 계속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중국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중.영은 ASEM 후에 다시 홍콩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신아시아 정책」을 선언한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아시아에서의 프랑스 영향력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방콕=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