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내수 침체 상가 권리금도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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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 앞 상가밀집지역 부근 E부동산중개업소는 썰렁했다. 2~3년 전만 해도 가게를 구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매물만 쌓인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장사가 되지 않아 세입자들이 내놓은 임대매물이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30%가량 늘었다"며 "권리금이 20% 이상 빠진 점포가 많고 아예 없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상가 권리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가 서울과 수도권 25개 상권 시세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상가 권리금은 지난해 4분기보다 평균 3.7% 떨어졌다.

상가 권리금은 지난해 3분기에는 2분기보다 1.1% 내렸다가 4분기에는 3분기보다 0.3% 올라 약보합.보합세였으나 올 들어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권리금은 가게를 인수하는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주는 일종의 웃돈으로 권리금이 떨어지면 장사가 그만큼 안된다는 뜻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오거리와 이화여대 앞 상가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각각 24.5%, 21.6% 떨어졌다. 송파구 문정 1동(-13.6%), 종로구 종로 2가(-11.7%), 경기도 군포 산본역(-10.9%) 등도 비교적 많이 하락했다. 문정동 성심공인 지승종 사장은 "상가 매출액이 2년 전에 비해 적게는 20%, 많게는 50%가량 떨어지다 보니 권리금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권리금 하락에도 임대료는 되레 올라 세입자들이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1분기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보다 평균 2.4% 올라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상승률(1.3%)을 웃돌았다. 상가 114 유영상 소장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상가 쪽으로 유입되면서 상가를 비싸게 산 주인들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더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가 시세가 가장 비싼 곳은 종로 2가로 평당 임대료와 평당 권리금이 각각 15만8000원, 887만5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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