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전에세이 "눈물..."펴낸 시각장애인미영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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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통의 체험을 나눔으로써 다른 장애인들에게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책이 많이 팔려 장애인을 위해 쓸 수 있으면 더욱 좋겠네요.』 맹인에 가까운 약시 장애인이면서 대만에서당당히 정치학 박사학위(대만중국문화대학)를 취득해 화제를 모았던 米榮順(44)씨가 최근 자전적 에세이 『눈물 고인 가슴에 눈물 대신 품은 뜻』(고려원.2백75쪽)을 펴냈다.
망막염에 의한 경기여고 3년때의 갑작스런 실명,굼벵이.새끼 쥐까지 달여 먹어가며 벌였던 수십년간의 처절한 투병생활,희미하게나마 시력이 살아나던 기적,초인적인 노력의 학업과정 등이 이책의 면면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米씨의 현재 시력은 주위사람이 부축해줘야 길을 나설 수 있을정도라 맹인과 다를 바 없다.이번 에세이집도 원고지 칸칸을 짐작으로 맞춰가며 수시로 찾아드는 눈의 통증과 싸우며 어렵게 이루어냈다.
『앞으로 중국 관련 책자 등 몇권의 책도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제 궁극의 꿈은 시각장애인들이 함께 생업에 종사하며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지요.』 갖은 역경을 딛고박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지금 米씨는 시각장애인이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데는 선뜻 동조하지 않는다.그만큼 가시밭길이고 「승산」이 적다는 것.
『고통속에 있는 이들이 제 책을 읽고 「나만의 아픔이 아니구나」라고 느껴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제 책은 목적을 이루는 것이지요.』 그동안 중국 헤이룽장대학 객원교수.대만정치대학 연구위원 등을 역임하는등 역경을 딛고 일어선 米씨가 자신의 첫 에세이집에 부여한 의미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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