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현장>특수장비 업체 (주)브이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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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좀처럼 보기 힘든 냉장고의 냉매(冷媒)가 흐르는 모습에서부터 총알이 날아가는 상태까지도 직접 볼 수 있게 한다.」 경기도 안양의 ㈜브이텍은 인간이 숙명적으로 부닥치는 시각과 공간.
시간등의 한계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이다.
눈으로 접할 수 없는 각종 물리적 현상을 영상자료(화면.사진등)로 뽑아내고 1억분의 1초라는 찰나속의 고속진행 물체도 포착해 촬영하는 특수카메라.레이저 시스템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고속도로 과속차량을 가려내는 무인장비를 국산화해 경부고속도로에 시범설치했다.또 제품 불량여부를 가려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머신비전」을 내놓아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회사가 위치한 안양의 연건평 2백평규모 4층건물은 온통 연구 장비로 즐비하다.수만가지 전자부품이 진열돼 있고 웬만한 부품은 직접 깎아 만드는 공작기계들이 놓여 있다.
이제선(李濟善.49)사장은 국책연구소에서 기초물리.전자.광학분야를 연구하다 86년 독립해 이 회사를 차렸다.
특히 「빛의 산란」정도에 따른 실험대상 물체의 상태를 연구하는 응용기술은 국내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엔진의 연소불꽃에 레이저를 쏘아 연소상태를 2차원 데이터로 분석해내는 기술로 자동차회사들의 엔진개발도 돕고 있다.
또 달리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대기 오염여부도 먼거리에서 계측해 낸다.기초과학기술 연구로 유명한 러시아 일반물리연구소(GPI)연구진이 이 회사가 개발한 각종 특수 계측장비를 둘러보고 놀랐을 정도라는 것.GPI와는 한.소(韓蘇)수교 직후부터 지금까지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
『빛은 1초에 30만㎞를 진행하는 괴력을 갖고 있습니다.이를이용한 기술은 유도탄등 방산(防産)장비 개발에 주로 활용되다가최근엔 상용장비로도 활용되는 추세이지요.』 李사장은 일본.독일업체들이 검사나 연구용 장비를 터무니 없이 높은 값으로 국내 기업연구소등에 파는 것을 보고 잇따라 이들 장비를 국산화해 가격을 절반이하로 끌어내렸다.
종업원 28명중 대학원출신이 8명인 이 회사는 따라서 「작은거인」대우를 받는다.
브이텍은 최근 시험실과 장비를 공개하고 있다.박사 학위논문을쓰기 위해 이 시설을 활용한 사람만도 28명에 이르러 예비박사들이 많이 찾는 중소기업이기도 하다.
안양=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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