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슨 어머니 CJD와 vCJD 구분 PD수첩서 인터뷰 누락시켜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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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프로 제작상 불가피했던 자료의 ‘취사선택’인가. 아니면 미리 정해 놓은 결론을 위한 ‘자료 짜맞추기’인가.

MBC ‘PD수첩’ 번역·감수자 정지민씨가 14일 “PD수첩이 4월 29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몰아가기 위해 자료를 의도적으로 누락·왜곡한 것으로 보인다”고 재주장하고 나서 PD수첩을 둘러싼 의혹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씨는 “PD수첩은 일부 미국 언론의 인간광우병 의심 보도만 자꾸 내세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취재한 자료를 제시해 가며 왜곡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정씨가 밝힌 PD수첩의 왜곡 부분.

◇빈슨 어머니, 정말 CJD와 vCJD 혼동했나=PD수첩은 빈슨 어머니의 “MRI 결과 우리 딸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렸다고 한다”는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CJD를 vCJD(인간광우병)로 자막 처리했다. “전문 의학 지식이 없는 어머니가 두 병명을 헷갈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두 병명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었다. 정씨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미방영된 어머니 발언 중 “우리는 CJD에 대해, 그리고 vCJD에 대해 (짧은 시간 내에) 알아봐야 했다”거나 “(병원에서) MRI 소견상 CJD가 의심된다고 했다”는 내용의 다른 인터뷰가 있다고 말했다.

◇“vCJD에 어떻게 걸렸는지 모르겠다”도 왜곡?=정씨는 빈슨 어머니가 “우리 딸이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PD수첩 내용도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원문의 뉘앙스나 대화 맥락을 볼 때 “도대체 어떤 경로로 (버지니아주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딸이) 그런(미국 내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 희귀한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라는 것. 이는 한 의사가 사인에 관한 여러 가능성 중 vCJD를 언급하면서 “만일 빈슨이 vCJD일 경우 미국 내에서 감염된 최초의 케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을, 어머니가 PD수첩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잠깐 나온 말이라는 주장이다.

정씨는 “(PD수첩이) 이 부분을 빈슨 어머니 인터뷰 맨 앞쪽으로 끌어옴으로써 마치 vCJD라는 의사들의 추정이 매우 강했던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PD수첩, 해명 대신 또 거짓말 가능성”=정씨에 따르면 미방영된 인터뷰 중 빈슨 어머니가 병원에 있던 남편의 전화를 받던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MRI가 나왔는데, 무슨 인간광우병인 것 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 듣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갈 테니 끊으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정씨는 “이 장면만 봐서는 빈슨 아버지가 CJD와 vCJD 가능성을 둘 다 들었는데 후자만 얘기한 것인지, 하나만 듣고 했는지, 혹은 둘 다 말했는데 빈슨 어머니가 vCJD만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PD수첩이 15일 해명 방송에서 이 부분을 빈슨 어머니가 vCJD 가능성을 말해준 의사에 대해 얘기하는 영상과 연결 편집해 이를 빈슨 가족이 처음부터 vCJD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던 증거라고 내세운다면 이 또한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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