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베끼기 난무-방송3社 신설프로들 마구잡이 도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시청률만 높다면….』 국내 방송사간에 체면을 무시한 「아이디어 베끼기」경쟁이 치열하다.
지난주 KBS 『난치병 두렵지 않다』는 MBC 『현대병 알아야 이긴다』와 한바탕 표절 논란을 일으켰다.〈본지 2월12일자46면보도〉이어 오는 3월4일 지상파 일제개편의 일부 신설프로그램 역시 다른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 아이디어 를 도용하고 있다. 사실 방송사간의 표절은 해묵은 악습.MBC 『경찰청 사람들』이 인기를 끌자 KBS가 같은 형식의 『긴급구조 119』를 내보내는 등 많은 전례가 있다.그러나 최근 심각한 수준에 이른 국내 방송사간의 베끼기 경쟁은 낮방송시간 연장에 따른 것이어서 더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이같은 상황은 방송사들이 과연 늘어난 방송시간을 제대로 소화해 낼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봄개편과 더불어 매주 수요일 오전10시 방송되는 SBS 『우리는 여고동창생』이 표절 시비의 대표적인 경우.이는 MBC 『TV동창회』를 「원조」로 한 프로그램이다.30대 이상 주부동창생이 모여 학창시절의 추억을 회고하는 『우리는 여 고동창생』은특히 『TV동창회』가 지난달 15일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등장한것이어서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여고동창생』 제작진은 『소재는 같으나 구성과 형식이 전혀 다르므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지방을 찾아다니며 특유문화와 맛을 소개하는 MBC 『고향길 맛기행』(토 오전11시30분)도 KBS 『맛따라 길따라』(1TV 일 오전6시30분)의 유사프로그램.
심지어 같은 방송사 내에서도 「아이디어 베끼기」가 벌어지는 상황.최근 KBS 『TV는 사랑을 싣고』가 인기를 끌자 KBS『아침마당』은 매주 수요일 일반인을 초청,추억에 어린 사람들을이야기하는 「그 사람이 보고 싶다」를 내보내고 있다.
한 방송사 PD는 『요즘은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한달밖에 안돼도 호응이 좋으면 마구잡이로 아이디어 베끼기가 이뤄진다』며 『시청자를 위해 프로그램을 창조하려는 장인정신이 아쉽다』고 개탄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