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캐넌 인종차별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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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일 미국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패트 뷰캐넌 후보가 인종차별적 흑색선전으로 경쟁후보를 비난한 사실이 드러나 대선정국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실시된 루이지애나 코커스(당원대회)때 뷰캐넌 진영이 뿌린 선거전단.
여기에는 경쟁자였던 필 그램 후보가 아시아인(한국인 이민 3세인 웬디)과 결혼하기 위해 백인부인과 이혼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어 백인 보수층의 반(反)유색인종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평소 부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왔던 그램은 루이지애나선거에서 패배하자 곧바로 사퇴한 뒤 뷰캐넌의 인종차별적 성향을공격하고 나섰다.파문이 커지자 백악관도 뷰캐넌에 경고장을 던졌다.빌 클린턴 대통령은 20일 법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접 뷰캐넌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전단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을 분열시키는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전단의 내용으로 고통받은 후보가 있다며 그램후보를 위로한 뒤 『인종차별적인 선거운동은 잘못된 것이며 누구도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하게 경고했다.마이클 매커리 백악관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공격적 성향을 보였던 토크쇼진행자로서의 그의 전력과 선거전략은 미국인을 화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간질시키고 있는 것같다』고 뷰캐넌을 맹공했다.
뷰캐넌측은 문제가 커지자 논란이 된 전단을 배포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며 『추잡한 정치 사기극』이라고 받아쳤다.그러나 언론들이 뷰캐넌의 백인우월주의적 성향을 연이어 폭로하면서 그가 인종감정을 부추겨 보수 백인층의 표를 얻으려 했다는 혐의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뷰캐넌의 선거운동 본부장이었던 래리 프래트가 극우 백인우월주의 집단인 KKK와 수차례 회동하면서 극우운동을 벌인 적이 있고 마이애미주 캠페인 지부장인 한 여성도 역시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전국백인발전협회(NAAWP)의 지역본부장을 맡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교체되기도 했다.
워싱턴=길정우 재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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