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영어 캠프·어학 연수는 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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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방학, 세계인권운동의 전설이 된 만델라 전 대통령이 복역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로빈 섬에 다녀왔어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일궈낸 지도자의 도전의지를 되새겨 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경기도 소재 외국어고에 다니는 김민성(가명·18)군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김군은 자신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남아공 여행을 감행했다. 그는 그곳 청소년들과의 공동 생활을 통해 가난과 전쟁, 자유와 인권 문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강남 학부모를 중심으로 단순한 영어 캠프나 어학 연수가 아닌 현지 문화와 역사 탐방 및 해외봉사활동을 떠나는 체험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인재로서의 소양도 쌓일 뿐더러 향후 국내 대학의 글로벌 전형이나 미국 명문대 지원을 위한 경력 관리도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 리더를 키워낸 그랜드 투어
  유럽의 귀족들은 여행을 교육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았다. 18~19세기 영국의 귀족들은 자녀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 ‘그랜드 투어’(유럽대륙 순회 여행)를 보냈다. 뛰어난 가정교사와 함께 유럽 일대를 여행하며 외국어도 배우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게 했다. 영국에서는 한해 4만 여명이 떠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도전정신을 배우고 사고를 넓혔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이를 경험했고, 『국부론』저자인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가정교사 자격으로 동참했다.
  그랜드 투어의 열기는 20세기 들어 미국 명문대에 유행처럼 퍼져 갔고, 상류층은 반드시 다녀와야 하는 필수과정이었다. 케네디 대통령도 하버드대 재학 시절 그랜드 투어를 통해 외교 문제에 대한 생생한 지식을 얻었다.

■국내 외고생들의 방학 필수 코스
  해외체험여행은 국내 외국어고에서 방학을 활용한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해외테마여행이나 해외이동수업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과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대다수 학생이 미국·유럽·중국·아프리카 문화체험 및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최근엔 외국어고 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경쟁적으로 유럽의 역사·건축·미술과 관련한 패키지 상품을 비롯해 논술교사가 동행하는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세중 투어몰은 18세기 유럽 귀족들의 그랜드 투어를 맛 볼 수 있는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여행 상품’을 개발해 4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림투어는 네덜란드·영국·프랑스 등지의 주요 미술관을 둘러보는 ‘서부유럽 미술관 투어’를 여름방학 상품으로 내놓았다. 자녀를 위한 여행을 부모가 직접 계획해 떠나는 동반 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교육 여행 프로그램 선봬
  실속파를 위한 교육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강남 청소년 수련관은 ‘1318 일본문화원정대’를 통해 4박 5일간 일본 문화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방배유스센터는 1주일간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헝가리·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 등 6개국을 방문하는 ‘청소년 세계문화체험 캠프’를 모집하고 있다. 망우청소년수련관은 몽골 초원지대를 탐험하는 캠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해외봉사활동 및 해외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한 ‘청소년 해외자원봉사단’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초등학생이나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해외체험교육에 앞서 국내에서 진행되는 체험여행이나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사진제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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