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투명창으로 메신저해도 다 걸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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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모병원에 근무 중인 변용휘(26)씨. 지금은 능숙한 업무처리 능력과 대인관계로 각광받는 인사담당자지만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2006년 가을. 철부지 대학 4학년이던 그는 한 대기업 계열의 영화사에 입사했다. 스물 넷의 앳된 청년은 선배들이 무작정 자신을 좋아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변씨가 가장 먼저 지적받은 것은 바로 메신저. 그는 메신저를 투명창으로 바꾸거나 지나가는 상사가 눈치 못채게 Alt+Tab으로 창을 바꾸는 등 잔재주를 부렸지만 상사들이 모를 리 없었다. 변씨는 “분명히 안 걸리게 채팅을 했는데 선배들은 어떻게 다 알고 있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니 채팅을 할 때와 업무를 할 때는 컴퓨터를 대하는 태도에서 티가 나더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 어떻게 하냐’고 묻는 학교 후배들을 회사 사무실까지 불러 인사제도를 설명해 주는 자상함까지 보였다. 선배들의 불호령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 그는 “과장님이 ‘나는 지금도 업무시간에 메신저 안 한다’고 할 때나 선배들이 ‘네가 지금 후배들을 회사로 불러서 설명해 줄 때냐’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변씨의 무개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회식을 하려던 과장이 ‘생선회나 먹을까’라고 제안하자 “저는 회를 못 먹는데요”라고 말해 회식 자체를 취소시켰던 얘기는 회사 전체에 크게 회자됐다. ID카드 재발급이 폭주하자 무심결에 ‘이딴 일이나 자꾸 부탁해서 죄송해요’라는 내용으로 답장했다가 혼쭐이 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노력했다. “언제까지 개념 없다, 정신 나갔다는 소리를 듣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습관을 바꾸려고 했다”는 그는 우선 한 번 지적받은 것은 무조건 두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수첩에 지적받은 상황을 꾸준히 적은 ‘무개념 노트’를 만든 것은 물론 일간지에 종종 올라오는 직장생활의 에티켓에 대한 글을 꾸준히 읽었다. ‘긍정의 힘’과 같은 자기계발서도 꾸준히 읽었다. 그는 “처세에 대한 글을 읽으면 꼭 내게 일어난다고 상상해서 한 번 대처를 해봐요. 그러면 신기하게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다가오더군요”라고 말했다.

약 1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그는 마침내 ‘개념 사원’으로 ‘승진’했다. 그 경험을 살려 그는 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인사팀 직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때 고생을 해서 그런지 이직한 뒤로는 전혀 ‘무개념’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며 “무개념으로 혼나는 것은 신입들의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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