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사기 韓銀사건 범인셋 윤곽 못잡아 내부공모여부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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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은행 구미사무소 지급준비금 9억원 사기인출사건을 수사중인경북구미경찰서는 20일 이 사건이 은행내부자의 공모아래 일어난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중앙은행과 일반은행간의 지급준비금을 대상으로 했고,범인들이 은행 핵심간부가 관리하는 백지 당좌수표를 훔쳐 범행에 사용한 점등으로 미뤄 은행관계자가 깊숙이 관련돼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현금을 내주면서 수표와 인출자 신분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부산지점 지폐유출사건에 이어 또다시돈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수사=경찰은 대동은행 구미지점 전.현직 직원 26명과 한은직원 2명등 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5~6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수표에 찍힌 대동은행 대리의 이름이 한은에 등록된 것보다 가늘다는 것을 밝혀내고 한은 출납담당직원이 수표와 인출자신분을 확인하지 않은 이유를 캐고있다.
이 직원은 상사의 결재없이 돈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당좌수표를 보관하는 대동은행 금고가 개점때는 출납담당직원의 책상으로 이동되는 점을 중시,이 과정에서 수표가 없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금고관리자등을 상대로 수사중이다. 경찰은 당좌수표의 도난,지점 관계자 고무인.직인의 정교한 위조,사전통보등 일련의 범행과정이 은행업무를 잘 알지 못하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내부자 공모가 있었을것으로 보고있다.경찰은 또 범행에 사용된 당좌수표와 돈 을 운반한 현금수송용 손수레에 나타난 지문을 채취,분석중이다.
경찰은 범인 3명중 2명의 몽타주를 작성,배포하는 한편 현상금 2천만원을 걸었다.
◇발생=17일 오후1시쯤 경북구미시공단동 한국은행 구미사무소에 대동은행 왜관지점 직원을 가장한 30대 남자 3명이 나타나지준금 인출용 당좌수표 1장을 제시,현금 9억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범인들이 제시한 수표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17일 대동은행 구미지점에 준 백지 당좌수표 1백장중 한장으로 대동은행 구미지점 금고에 보관했던 것이다.현금인출에 사용된 대동은행의 고무인,관계자 직인과 실인등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사기인출은 대동은행 본점(대구)이 이날 오후5시 마감후 결산하던중 한국은행으로부터『대동은행 예치금중 9억원을 구미지점에 인출해 주었다』는 통보를 받고 이를 구미지점에 확인,드러났다.
대동은행 왜관지점등 이 지역 소규모 지점들은 지급준비금 인출때 구미지점의 당좌수표를 사용하고 있으며 범인들은 이날 수표 뒷면에 「왜관지점 이정수」라는 가명을 적었다.
구미=김선왕.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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