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4黨정책검증>4.도시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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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토개발연구원 배순석(裵舜錫.도시계획)박사는 최근 『우리나라는 앞으로 매년 50만~60만가구씩 계속 주택을 지어나가야 2010년께 수도권 주택보급률 1백%를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이를 위한 수도권 택지소요 는 6백평방㎞,현서울시 주거지역면적의 2배쯤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 택지를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그 중 하나가 바로 90년대초 정부가 써먹은 5대신도시 개발수법이다.선거를 앞둔 4당(黨)은 물론 이 수법을 반대하고 있다.
당시 폭등하던 중형아파트 가격을 잡고,1백만명이 넘는 수도권시민에게 내집마련 기회를 준 공(功)은 온데간데 없이 5대신도시는 「실패작」이라는 불명예만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안이 있는가.4당이 나름대로 「대안」이라고 내놓는 방안도 그러나 별로 신통한게 아닌 건 마찬가지다.현실성이 거의 없거나 아예 수도권 주택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말로 포장하는 수준」정도의 대안인 것이다.우선 신한국당은 「서울에서 40~50㎞ 떨어진 곳에 짓는 인구 3만~5만명의 전원도시」가 대안이다.그러나 실현가능성이 문제.누가 그 곳에 가살며,신도시에 비해 훨씬 더 드는 비경제적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검토되지 않은 대안이다 .
국민회의의 「기존 도시내 소규모 전원도시」안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럴 만한 「틈」이 있는 기존도시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로 유효한 방법은 아니다.민주당의 「자연발생적인 민간개발 공동주택」방안은 수도권 택지문제를 시장원리에 맡겨보자는 원론적인 대안이지만 경제성,특히 대량 택지공급이 안된다는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자민련의 「질높은 지방도시 건설」방안은 복잡한 수도권을 자꾸 개발하지 말고 아예 지방도시에 투자를 집중해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간접적인 대안 이지만 듣기 좋은 만큼 현실성이 없는게 흠이다.
수도권에는 앞으로 「30개가 넘는 분당」을 더 개발해야 할 정도로 택지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4당이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다.4당의 도시개발정책은 결국▶수도권 주민의 내집마련기회▶개발수법의 경제성▶사업성과 추진과정의 어려움 등 여 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표(票)만 의식한 단편적인 생각」에불과하지 공당(公黨)의 정책수준은 못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도권 택지부족에 대응하는 두번째 방법인 재건축.재개발 방법에 대한 각당의 대응에도 역시 문제가 있다.주민.건축업자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산동네를 온통 고층아파트 숲으로 바꿔 도시구조를 왜곡시키고 교통.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오히려 『정부가 더 도와야 한다』고 주문하는 정당이 있다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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