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용 TV등 방범시설 全無-조흥銀 사건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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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조흥은행 의정부지점 성모출장소 강도사건이 발생한 16일 청원경찰 최상림씨(36)는 은행문을 잠그느라 뒤쳐져있다 비명소리를듣고 급히 달려 나왔으나 달아나는 범행 차량의 번호도 확인하지못했다. 崔씨가 휴대하고있던 무기는 권총이 아닌 가스총.때문에거리가 멀어 사격을 해도 무용지물이었다.
범행에서 도주까지 1분여만에 끝난 경기도 의정부시 은행살인강도 사건은 이같이 허술한 은행방범체계가 빚어낸 예견된 사건이었다. 특히 이사건은 지난8일부터 전국의 각은행과 지점 및 출장소등지에 설맞이 비상방범령이 내려진 가운데 일어난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통상 시중은행 지점은 방범을 위해 자체적으로 청원경찰을 1명이상 배치하고 경찰에 지원을 요청한다.
비상방범기간에는 반드시 무장경찰을 상주시키는 것이 관례가 되고있다.이에따라 의정부시내 은행지점에는 2명1개조의 경찰관을 배치해 비상근무를 했는데 이 출장소에는 무장경찰이 없었다.은행측의 요청도 없는데다 경찰인력도 부족해 청경1명만 배치했다는 것이 경찰관계자의 설명이다.범인은 바로 이같이 허술한 틈을 노린 것이다.
청경이 휴대하고있는 무기가 가스총이라는 점도 방범의 한계를 말해주고있다.청원경찰 崔씨가 뒤늦게 나타났더라도 권총만 갖고 있었다면 권총의 사정거리가 최소50이기 때문에 10여거리에서 달아나는 승합차를 명중시킬수도 있었으나 이를 놓친 것이다.또 청경은 당연히 행원들과 행동을 같이 하며 밀착 경호를 해야하는데도 문을 잠그고 뒤늦게 나오는등 근무수칙을 어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호송차량이 주차돼 있는 후문쪽은 인적이 거의 없는 위험한 지역인데도 청경의 호위는 형식적이었다.
조흥은행 성모병원 출장소의 방범시설도 허술했다.하루평균 1억~2억원의 현금을 다루고있지만 사무실안에는 감시용 CCTV는 물론 파출소간 비상벨도 설치하지 않았다.
경찰의 방범망에 구멍이 뚫렸다.이날 사건을 목격한 시민이 의정부경찰서 교통사고처리반에 신고를 한 것은 오후6시42분.경찰은 이로부터 10분만인 52분에 비상령을 발동하고 경계검문 강화지시를 내렸다.
서울로 빠지는 주요도로등 45곳에 임시검문소등을 설치하고 비상검문에 나섰으나 용의차량은 경찰의 포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달아났다.
범인들의 도주로로 추정되고있는 포천로터리~동부순환도로~서울상계동까지 가려면 20여분,포천로터리~의정부역~3번국도~서울도봉동 방면으로 가려면 30여분이나 걸리는데도 범인들은 10분여만에 실시된 검문망을 뚫고 달아난 것이다.
전익진.엄태민.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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