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성의 기원"펴낸 김학현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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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온달족이란 유행어가 있다.평강공주처럼 든든한 여자를 만나 편하게 살자는게 그들의 「주의」다.
이들을 생물학 이론을 빌려 설명하면 어떨까.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오금고에서 생물을 가르치는 김학현(金學玄.32)씨는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온달족은 꿈도 꾸지 말라고.평강공주는 역사속에서 단 한번 존재했을 뿐이라는 뜻이다.왜 그럴까. 『인간을 포함한 생물계의 배우자 선택권은 대부분 여성에게 있습니다.남성은 별다른 투자없이 많은 정자를 만들어내지만여성은 난자 하나를 생산하는데 높은 비용을 들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많은 이익을 선물하는 상대를 고르게 마련이죠.』 이른바 성선택 이론.따라서 여성의 경제력에 기대려는 온달족은 자연의 순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무지한 사람들이다.오렌지족이 통하는 이유도 많은 보상을 기대하는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이 작용한다고. 金씨가 펴낸 『성의 기원』(민음사刊)에는 이같이 성에 관련된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가득하다.진화론과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단세포 원생동물부터 인간까지 생물들이 펼치는 성적인 행동에 담긴 의미를 파고든다.
외국의 전문서적과 관련 논문들을 참고,최신 학설을 정리하며 우리가 무심히 넘겨버리거나 신비롭게만 생각했던 성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남성과 여성등 성이 왜 둘밖에 없을까.성이 만약20개쯤 된다면 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는 청춘남녀 숫자도 급격하게 줄어들텐데,실제로 자연계에는 13가지의 성을 지닌 점균(粘菌)이 있기는 하다.
이유는 성 사이의 갈등이다.다수의 성을 가진 생물의 수정세포속에서는 세력을 확대하려는 여러 성들의 전쟁이 일어나 혈통보존에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
『얼핏 생각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아 보이지만 성의 숫자만큼 갈등 요인도 증폭돼 안정적인 번식에 방해만 되지요.』 일부일처제도 종족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생물계의 지상목표인후손을 출산.양육하기 위해서는 수컷 하나에 암컷 하나가 가장 이상적이라고.아무리 힘센 수컷이라도 확실한 상대를 하나 고르는쪽이 자유분방한 짝짓기보다 투자가치가 높다 는 해석.새의 경우90% 이상이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있으며 허약한 늑대 암컷은 자기 새끼가 우월한 암컷 새끼에게 공격당할까봐 아예 교미를 포기하기까지 한다.
『자연계에는 신기한 일이 무궁무진합니다.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잡지를 보면 자연관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통해 생물의 신비를 밝힌 논문들이 심심찮게 실려요.』 金씨는 유전공학이나 분자생물학 등 첨단과학만 좇는 국내학계도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에 더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사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서울대 미생물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남성들의 배우자 선택 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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