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호암상 예술상 받은 박경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앞으로도 계속 보고,생각하고,무엇이 문제인가를 탐구하는 생활을 계속할 것입니다.』 제6회 호암상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원로 소설가 박경리(朴景利.70)씨는 『큰 상을 주는 것은 「토지」를 쓴 데 대한 격려의 뜻으로 알고 고맙게 생각한다』면서『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타성에 의한 죽은 시간이 아닌 살아있는 시간 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는 편안히 살아야지 하는 유혹도 없지 않지만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에게는 남은 시간이 더 중요하며 할 일도 있다』고 말했다.
朴씨가 말하는 「할 일」이란 여러 해 전부터 구상해온 『일본론』을 집필하는 것.
치악산 자락에 있는 강원도원주시단구동 자택에서 생활하는 그는현재 자료를 모으고 검토하는 준비단계에 있다.
『일본론』은 소설이나 시론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국가의 본질을미래지향적이고 범인류적 차원에서 통찰하고 정리한 체계적인 일본문화연구서를 말한다.
감정이나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료에 입각해 풀어나가겠다는 것이 朴씨의 계획이다.
그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본질을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이 너무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일제치하를 겪어본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얘기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朴씨는 『내가 반일(反日)이기는 하지만 반일본인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따져보면 한국인.중국인.
미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일본민족도 그 체제와 문화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은 문명적.기능적 측면에서는 대단히 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문화적인 국가』라고 말하고 『일본의 반문화성을 가져오는 환경과 역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내다보는 작업이 주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朴씨는 본업인 소설에 대해서는 『우선 일본론 연구와 집필이 최대의 작업이며 소설은 충동이 생기면 쓰게 될 것』이라며『현재로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