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핵심 측근’개입 포착 … 파문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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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중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 기록물 유출과정에 개입한 단서를 청와대가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료 유출 파문이 더 확대되고 있다. “유출과정에 유령회사가 동원된 사실이 확인됐고, 여기에 핵심 측근이 개입한 단서가 잡혔고, 치밀한 ‘유출로드맵’이 담긴 관련 문건이 확보된 만큼 노 전 대통령 측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자료 유출을 감행한 것이 확인됐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핵심측근 인물과 문건유출의 연관 가능성을 자체조사 초반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청와대의 조사결과가 속속 나타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숱한 ‘불법’ ‘편법’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그토록 과거 청와대 자료에 집착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등 보수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 측이 정치적인 재기를 위한 ‘콘텐트’ 또는 ‘정책적 기반’으로서 재임 시 기록을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최근 개설을 준비 중인 인터넷 사이트 ‘민주주의 2.0’과 관련 지어 나오는 얘기들이다. 이 사이트는 네티즌 참여로 이뤄지는 토론 사이트를 지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출된 자료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전 정부에서 고민했던 여러 정책 대안들과 대안별 장단점 등이 총망라된 의미 있는 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이런 자료들이 ‘민주주의 2.0’의 콘텐트 기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2.0’과 팬클럽 ‘노사모’를 기반으로, 또 기록물을 콘텐트로 삼아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키려고 의도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최근 급락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재기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민감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봉하마을과 현재 청와대 등 사실상 2개의 정부가 대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권의 분석과 주장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펄쩍 뛰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재임시절의 기록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본을 가져온 것뿐인데 청와대와 여권이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개설을 준비 중인 ‘민주주의 2.0’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2.0’이라는 광장을 제공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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