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학생 530명 ‘할아버지 나라’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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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카자흐스탄에 사는 김 빅토리아(17)양은 11일 전주를 처음 방문한다. 김양은 일본 강점기에 연해주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건너간 할아버지가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알마티 근처에 정착하면서 대를 이어 살아온 교포 3세다. 평소 “할아버지의 나라를 방문해 내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그녀는 “진짜 아리랑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 양처럼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학생 530여 명이 올 여름방학 기간 전북도를 찾는다.

국립 국제교육원은 지난 2006년부터 모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방학동안 해외동포 자녀들을 초청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포학생들은 전체 6박7일동안 한국을 방문하며, 올 여름부터 이중 1박 2일을 전북에서 보낸다. 이들은 전주·변산 등의 관광명소를 찾아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한편, 홈스테이를 통해 모국의 정을 흠뻑 느끼게 된다.

이번 교포학생들의 전북방문은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11일에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고교생 150여명이 전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대부분 일제시대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 3~4세들이다. 15일에는 중동 및 아프리카에 사는 교포 고교생과 대학생 130여명이, 25일에는 일본 고교생 95명이 전북을 찾는다.이어서 다음달 10일에는 멀리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고교생 150여명이 전북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우리 고유의 전통 생활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주시 풍남동·교동 한옥마을에 들러 한복 입어보기, 사물놀이 배우기, 비빔밥 만들기 등 체험을 한다. 또 부안의 새만금 전시관·방조제와 내소사, 격포 채석강 등을 둘러보다. 나머지 기간은 서울에서 국립박물관·고궁·롯데월드·63빌딩·민속박물관 등을 구경한다.

교포학생들은 전북에서는 모국에 대한 친밀감을 충분히 느낄수 있도록 일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한다. 전북도는 이를 위해 지난달 아파트를 중심으로 홈스테이 가정 260여 가구를 모집했다. 전북도는 이번 성과가 좋을 경우 민박 가정·기간을 점차 늘려 앞으로 국제행사 등에 홈스테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홈스테이를 신청한 강웅철 전북도공보관은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교포학생들에게 판소리·무용·창극 등을 흠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전통도시 홍보는 물론, 자신들의 뿌리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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