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폴’로 패션 한류 잇는 강효진 법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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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식어 간다지만 아직까지 명성을 잇고 있는 분야가 바로 패션이다. 한국 패션은 이제 중국 시장에서 한류를 넘어 ‘명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한국산 명품’ 가운데서도 ‘특급 명품’ 대접을 받는 것이 빈폴이다. 한국 가격과 비슷하게 반소매 티셔츠 한 장에 1000위안(약 16만원) 가량이지만 중국의 중상층은 거리낌없이 빈폴을 구매할 정도다. 제일모직 중국 법인장 강효진(사진) 전무는 “중국인들도 이제 무조건 ‘한국 것=고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서히, 어떤 브랜드를 얼마 주고 사야 적당한지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현재의 중국 패션’과 ‘중국 내에서의 한국 패션’에 대해 물었다.

-‘한국 패션’을 중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한국 것이라면 대접받았다. 비슷한 디자인과 품질의 중국 브랜드보다 2~3배 비싸게 팔아도 무조건 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해외 명품 진출도 부쩍 늘고 패션 관련 매체도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안목이 점점 발전한다는 걸 느낀다.”

-왜 요즘 들어 바뀌나.

“빈폴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89년 께가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막 1만 달러를 넘었을 때다. 현재 중국에선 상하이의 구매력 있는 계층의 경우 이미 1만 달러가 넘는다. 이 정도면 무엇이, 왜 고급인지 알고 패션을 소비하는 단계다.”

-중국 브랜드 중 경쟁 상대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경쟁 브랜드는 없다. 의상 디자인뿐만 아니라 매장 구성과 마케팅 등에서도 우리를 포함한 선진 브랜드를 따라오긴 힘든 수준이다. 중국 패션 업계는 한국인 디자이너, VMD(비주얼 머천다이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명품’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었나.

“중국에 빈폴을 처음 내놓은 게 2005년 가을이다. 1호점 개설을 서두를 수도 있었지만 ‘최고급 백화점에서 최고로 시작하겠다’는 목표 아래 개점 준비만 1년을 했다. 그 결과 상하이의 최고급 백화점 중 하나인 ‘파바이반(八佰伴)’에 첫 매장을 열었다.”

-제일모직 외에도 많은 한국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중국인들이 고급 패션을 식별하는 능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한국 패션’을 내세우면서 무작정 매장 수를 늘리고 밀어붙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이 우리 브랜드를 ‘해외 명품’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 해외 명품이 우리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베이징·상하이=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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