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산따라>양평 용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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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0월에 언 물이 4월에나 녹는다」는 경기의 오지-양평.양평군의 정수리에 버티고 앉은 용문산(1,157)에는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다.
일주문에서 용문사까지 오르는 길은 솜을 뿌려놓은듯 하얀 눈밭이 펼쳐진다.개울은 꽁꽁 얼었고 그 위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겨울이면 용문사는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 겨울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지난 9일 친구와 이곳을 찾은 천홍제(千弘帝.32.서울금천구시흥동)씨는 『친구들과 함께 세번 왔지만 겨울 용문사는 처음이다.마치 눈의 나라에 온 것같다』며 『일상생활에서 찌든 때를 말끔히 씻은 것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용문사는 신라 진덕여왕때인 649년 원효대사가 세운 사찰로 한창 때는 3백4칸에 승려만 3백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컸었다.그러나 1907년 정미의병때 일인들이 지방의병의 근거지라 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대가람이 모두 소실됐다.
84년 대웅전을 개축하고 종각.미륵불.일주문등을 복원한 것이오늘에 이르고 있다.
용문사가 옛 영화를 잃은 것과 달리 절앞에 솟은 천년고목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용문사의 역사를 감싸안은채 사천왕처럼 당당히 버티고 서있다.높이 60,둘레가 어른 팔로 일곱 아름이 넘는 14나 된다.
나이가 1천2백살이 넘었는데도 해마다 은행을 15가마나 딸 수 있어 유실수로는 동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신라가 망했을 때 금강산을 찾아가던 마의태자가 심은것이라고도 하고 의상대사가 지니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를 내려 자란 나무라기도 한다.
경치가 빼어난 용문산을 대표하는 것으로 산나물과 뱀탕을 꼽을수 있다.
산나물은 여느 지방 것과 달리 삶은 뒤 다시 찬물에 담가 우려먹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쓰지 않고 맛깔스러운 것이 특징이다.그래서 용문산 기슭의 여자들은 고사리.고비.취나물.참나물.더덕같은 산나물을 뜯거나 캐는 일에 한철 품을 들인다.
그런가 하면 70년대까지만 해도 용문산마을을 먹여살렸던 것이뱀탕집이었다.
그러나 지난 82년 용문산을 국민관광지로 단장하면서 「혐오식품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지금은 몇곳만이 겨우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용문산 정상에는 군시설이 있어 등반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며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용문사~상원암~윤필암터~백운봉을 거쳐 연수리나 사나사로 하산한다.산행시간은 보통 4시간정도 소요되며 용문사뒤편 용문골의 마당바위까지는 왕복 1시간30분이 걸린다.
매표소에서는 주차요금 1천원(소형차)과 입장료 9백원(대인)을 받는다.대명 홍천스키장과 양평 프라자콘도가 30여분 거리.
용문산=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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