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대학가 등록금 인상분쟁-반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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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9년 대학 등록금이 자율화된 이후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해마다 평균 10~17%를 기록해왔다.그 결과 90년 학기당 99만원이던 K대 공대 1학년 등록금이 95년에는 2백7.3%오른 2백5만원으로 늘었다.같은 기간 물가인상률 이 연평균 5~9%였음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인상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립대 재정구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90년 73.5%이던 등록금 의존율은 95년에도 73.4%로 변함없이 높다.국고보조금이 조금씩 늘고 있긴 하지만 사립대 재정구조 개선에 도움되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립대가 등록금 자율화조치 이후 전적으로 늘어나는대학재정을 등록금으로 충당해왔다.이를 위해 실제 쓰지 않을 것까지 예산에 편성하는 편법을 동원해왔다.부풀리기 지출예산의 편성이 단적인 예다.인건비와 재산조성비의 경우 더 심하다.
사립대 당국이 학생들과 협상하면서 등록금 인상근거로 제시하는「지출예산 증가요인」은 훨씬 더 뻥튀기돼 있다.인건비만 해도 실제 신규채용할 교직원 수보다 많은 수를 신규채용할 것처럼 하는 방법,공제해야할 퇴직예정교원 인건비를 삭감하 지 않는 방법등을 동원하고 있다.
등록금이 그렇게 많이 올랐어도 교육여건은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실습기자재 확보율만 해도 여전히 50%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것도 낡아서 쓰지 못하는 게 수두룩하다.교수확보율도 대부분 70~80%에 그치고 있 다.교수를 늘리고 있긴 하지만 학부제 시행으로 강좌당 학생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나는 기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학생들을 위해 써야 할 돈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교육부에서 등록금중 20%를 학생경비로 지출하도록 했음에도 94년 등록 금중 학생경비는 전국 평균 14.4%밖에 안됐다.95개 사립대가 기준미달이었다.실험실습비도 등록금의 5%는 돼야 하나 전국평균 1.9%에 그쳤고,79개 대학이 절반에도 못미쳤다.
학비감면과 관련해서도 등록금의 10%를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았으나 전국 평균 9.1%에 그쳤으며 76개 사립대가 법정기준 미달이었다.돈이 부족해 그런게 아니다.의도적으로 돈을 쓰지 않고 남기기 때문이다.전국 사립대가 94년에 쓰지 않고 95년으로 넘긴 돈이 8천2백14억원에 달했다.
각 사립대가 부당하게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도 책임이 있다.대학종합평가 결과를 국고보조금 차등지원과 연계하려는 정부 정책으로 말미암아 각 사립대는 한 푼의 국고보조라도 더 받기 위해 대학종합평가인정제에 사 활(死活)을걸고 있다.그 때문에 감당해야 할 희생을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대학종합평가인정제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대학원 육성에 필요한 재정을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해 충당하려는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잘못된 교육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며,사립대측은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그렇게 돼야만 부당한 등록금 고율인상은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연간 등록금 인상률은 10%이내에 머무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동환 대학교육硏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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