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과정 언론에 공개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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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과 경찰이 25일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수사 과정을 언론에 발표하지 않고, 주요 피의자의 소환 사실도 비공개로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법의 날'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사상 인권침해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검찰은 언론에 피의사실을 알려준 수사 관계자는 감찰을 통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또 ▶검찰청사 내 사진촬영 금지 ▶오보를 내거나 취재 기준을 위반한 기자에 대해서는 출입제한 등의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 등 심리단계에서 피의사실이 유출되지 않도록 관행 개선을 요청하고, 경찰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이나 검찰 송치 시 피의사실 공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휘.감독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도 이날 구속영장 신청이 적절한지를 심의하는 영장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인권보호 차원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대책 발표는 최근 청와대가 수사상 인권침해 현황에 대해 실사를 하고 검.경에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인권 보호란 이름으로 비리 정치인 등에 대한 수사 사항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언론.시민사회의 역할인 권력과 수사 과정의 감시 등이 봉쇄된다"고 우려했다.

김종문.김승현 기자

[뉴스 분석] 비리 정치인 대상 언론감시 위축 우려

검찰이 25일 발표한 '인권 보호 강화 종합대책'은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을 수사 과정에서 충실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은 역시 헌법이 규정하는 '알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검찰의 방침은 개인의 명예.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할 경우 그 경중을 따져 중요성이 있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법 원칙에 어긋난다. 인권 보호란 이름으로 비리 정치인 등에 대한 수사 사항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언론.시민사회의 역할인 권력과 수사 과정의 감시 등이 봉쇄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오보를 한 기자에 대해 검찰이 출입제한 등의 제재 조치를 하기로 한 것은 과잉 대응으로 지적된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 스스로 책임을 진다. 현재 기사로 피해를 본 당사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 보도를 요청하거나 언론사나 기자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더욱이 기사가 오보인지 여부를 밝히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오보'로 규정, 제재하는 것은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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