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특산물’ 초호화 G8 만찬 … 외국 언론 “식량위기 논하자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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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도야코(洞爺湖)윈저호텔에서 열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주최 환영만찬의 주제는 ‘홋카이도의 풍요’였다.

오호츠크해와 동해·태평양으로 둘러싸인 홋카이도에서는 사시사철 신선한 해산물이 나온다. 여기에다 드넓은 목장과 농장에서 나오는 유제품·감자 등 농산품을 즐기기 위해 홋카이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나카무라 총요리장이 준비한 이날 메뉴는 오호츠크해에서 잡은 털게 등 홋카이도산 식자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일본풍 퓨전양식 코스로 꾸며졌다고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이 8일 전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7일 각국 정상과 배우자들이 윈저호텔 만찬행사 중 건배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제공]

이날 후쿠다 총리는 건배를 제안하며 와지마누리(輪島塗)잔을 들었다. 그리고 “와지마누리라고 하는 일본 전통 술잔입니다. 잔 안에 여러분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습니다”고 말했다. 300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칠기그릇 와지마누리는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특산품이다. 지난해 3월 지진으로 피해를 본 와지마시의 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정상회의 환영만찬의 잔으로 채택됐다. 이 잔에 담긴 술은 시즈오카산 이소지만(磯自慢)이다. 양력 칠월칠석을 기념해 대나무 잎으로 장식한 접시도 등장했다.

식전에는 성게알·훈제연어와 함께 샴페인이 제공됐다. 다시마 육수로 만든 아스파라거스 깨 크림 소스가 곁들여진 쇠고기 냉 샤브샤브, 오호츠크산 털게 비스크 카푸치노도 나왔다. 진한 크림수프인 비스크 카푸치노는 도야코 인근 요테이산(羊蹄山)의 물을 길어와 털게를 통째를 넣고 끓여낸 뒤 완숙 토마토를 갈아넣고 미소(된장)로 간을 했다. 게살과 된장이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메인 고기요리는 시라누카(白糠) 마을에서 키운 새끼 양이다. 프랑스에서 ‘아뇨 드 레’라고 불리는 새끼양 등심을 포아레로 만들어 아스파라거스와 감자를 곁들였다. 아스파라거스와 감자 등은 이날 아침 라벤더 밭으로 유명한 비에이(美瑛) 마을에서 가져왔다.

곧이어 홍살치 소금구이, 후라노(富良野)산 꿀과 신토쿠(新得) 농장에서 만든 치즈가 상에 올랐다. 그리고 무스젤리와 미즈요캉으로 꾸민 ‘판타지 디저트 G8’으로 식사가 마무리됐다. 화이트와인은 코르통 샤를마뉴 2005년 루이라툴이 제공됐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은 이런 사치스러운 만찬 메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 ‘G8 지도자들이 캐비아와 성게알을 먹으면서 식량위기 문제를 논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프리카 기아 문제 등 식량위기 문제를 진정으로 논의하기 위해선 배가 고파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간 선은 저녁식사 시간에 건배하는 각국 정상들의 사진과 함께 아프리카의 기아 어린이 사진을 나란히 싣기도 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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