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벼랑 끝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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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세돌 9단  ●·쿵 제 7단

 제7보(87∼103)=백△가 날카로운 변칙수라고는 하나 흑은 사실 어느 쪽으로 받아도 된다. 우선 ‘참고도’ 흑1로 귀살이를 하는 방법이 있다. 중앙 흑▲들만 잘 처리할 자신이 있다면 이쪽이 더 지름길에 속한다(중앙은 흑만 약한 게 아니라 백도 약하니까 수습이 어려울 것도 없다고 한다). 흑 집은 좌변만 줄잡아 55집. 우상과 우하까지 70집을 넘었다. 백도 다행히 상변에 큰 집을 만들었으나 확정가는 50집을 약간 넘는 정도.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 까마득하다. 쿵제 7단은 그러나 엷으면 못 견디는 사람. 흑▲들의 향배가 아무래도 불안했던지 87쪽으로 막아 왔다.

그 바람에 98까지 상변 백 집은 더 커졌고 귀의 흑 집은 줄었다. A도 남았다. 집 차이는 좀 더 좁혀졌지만 흑은 대신 심리적인 자유를 얻었다. 흑은 편안하고 백은 초조하고… 99로 힘껏 씌우며 쿵제는 비축해둔 힘을 마음껏 발산한다. B나 C 정도로 유연하게 두어도 여유있는 형세지만 백이 하도 약해서 걱정없이 몰아치고 있다.

이세돌 9단의 100은 최강의 버티기. 허공을 도약하는 이 한 수가 죽음을 앞둔 늑대의 포효처럼 비장하다. 쿵제는 살피고 또 살핀 끝에 101, 103으로 끊어버렸다. ‘이세돌’이란 존재가 주는 일말의 두려움이 뇌리 한구석을 맴돌고 있었으나 무시하기로 했다. 뒷수도 없고 모양도 이렇게 나쁜데 백에 무슨 수가 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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