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씨 자민련 入黨說 나오자 국민회의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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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태준(朴泰俊)전포철회장을 놓고 정치권에 미묘한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여권은 그를 현 상태대로 두고자 한다.그가 움직일 경우 TK정서나 보수층 정서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반면 자민련은 그의 입당을 바란다.朴씨의 입당설.접 촉설이 자민련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국민회의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8일 朴씨의 북아현동 자택에 대한 압류가 해제될 것임을 시사했다.『신병치료가 끝나고 귀국하면 최소한 거주할 집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밝혔다.지난해 8월의정치적 사면.복권에 이은 경제적 해금조치같다.이 러한 은전(恩典)을 계기로 그의 자민련행 소문이 멎기를 바라는 눈치다.
대지 3백평의 북아현동 자택은 93년 이후 朴씨에 대한 세금이 추징되면서 국세청에 의해 압류된 상태다.朴씨는 이 집에 상당한 애착과 감회를 갖고 있다.5.16직후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이 『생계걱정없이 한.일협상에 전념하라』고 사 준 것으로 30년이상 살아온 집이다.현정부와의 미결 현안은 하나 더 있다.65억원에 이르는 각종 세금부과문제다.아직 법정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다.여권은 이 문제도 점진적인 해결을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朴씨는 현재 미국 뉴저지주의 큰딸집에 머무르고 있다.
측근인 조용경(趙庸耿)전보좌관은 『최근 건강진단을 받았으며 다음달께 일본 도쿄(東京)로 돌아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趙씨에 따르면 자민련으로부터 구체적 입당제의가 온 적은 없다고 한다.총선전 특정 정당에 입당할 생각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면서 간접 정치를 구상하고 있다.
자신이 어려울 때 인간적 도리를 지켜준 몇몇 의원들의 선거유세장에 나가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상당히 구체적이다.주변에서는 자민련의 최재욱(崔在旭).정석모(鄭石謨).이정무(李廷武)씨등을 거명하고 있다.신한국당의 조영장(趙 榮藏).이자헌(李慈憲)의원도 대상이라고 한다.국민회의에서는 이동진(李東鎭)전의원이 그와 친하다.
다음 대선때는 이보다 더 적극적인 행보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국민회의에서는 진작부터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대통령선거대책위원장을 朴씨가 맡을 것』이란 얘기를 흘려왔다.
포철의 전직 간부 한사람은 이런 예화를 들었다.朴씨가 93년가을 중국정부 초청을 받아 방중(訪中),만주 용정(龍井)에 갔을 때의 일이다.윤동주(尹東柱)시비(詩碑)를 구경하고 있던중 한국 관광객들이 몰려와 박수를 치며 악수를 청하 자 朴씨는 갑자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고 한다.이 예화를 전한 인사는 『그장면을 보고 언젠가 정치를 하긴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전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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