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범죄 위치 파악 걱정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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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경찰서 상황실에서 경찰관들이 맞춤형 전자치안지도를 검색하고 있다. 이지도는 금산군 내 전 지역의 전신주 등의 정보가 입력돼 도로현황이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민이나 외지인들이 신고를 해도 곧바로 위치추적이 가능해 신속한 출동이 이뤄진다. [충남경찰청 제공]

4일 오전 10시 충남 금산군의 한적한 시골길. 주민 김영식씨가 자신의 인삼 밭으로 가다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서둘러 차를 타고 달아났다. 김씨는 이 남성이 인삼절도범임을 직감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신고 전화에서 “남일면 환풍리 김씨네 인삼 밭인데 수상한 사람이 있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네 인삼 밭이 한 두 군데도 아닌 터라 경찰은 난감했다. 곧바로 “인근에 있는 전신주를 찾아서 고유번호를 불러달라”고 했고 김씨는 “전신주 아래에 붙은 고유번호는 2344G~~입니다”라고 답했다. 전신주 번호를 확인한 경찰은 곧바로 전자 치안지도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인근 파출소에 출동명령을 내렸다. 지시를 받은 순찰차는 신고현장으로 출동했고 상황실에서는 범인의 도주 예상도로를 파악, 도주로 차단에 나섰다. 결국 신고 10여 분 만에 범인은 검거됐다. 시골의 한 경찰서가 개발한 ‘맞춤형 전자치안지도’가 위력을 발휘한 순간이다.

◇전신주 번호만 있으면 ‘OK’=충남 금산은 전형적인 농촌으로 국·지방도보다 농로가 더 많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도로현황이나 지리가 제대로 데이터화 되지 않아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위치파악에 애를 먹었다. 특히 이 지역은 대규모 인삼재배단지가 밀집해 매년 인삼절도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또 지구대나 파출소가 2~4개 면(面)을 맡다 보니 지역이 넓어 정확한 위치파악이 안 되면 초기대응이 어려웠다.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자 금산경찰서는 지적도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각종 치안자료를 입력한 ‘맞춤형 전자치안지도’를 만들었다. 전자치안지도를 바탕으로 경찰서 상황실에서는 신고전화가 접수되면 곧바로 위치를 파악, 가장 가까운 지구대·파출소에 출동명령을 내린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현장도착시간이 최대 50% 이상 줄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한규승 금산경찰서 경무계장은 “시골마을에 사는 노인들은 도로 이름·번호나 주소에 익숙하지 못해 사고가 나면 신고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 시스템 구축으로 전신주만 찾으면 곧바로 위치파악이 가능해 신속한 출동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네비게이션을 기초로 한 이 지도에는 최근 3년간의 범죄 발생 상황과 인삼재배지, 교통사고 다발지점, 독거노인·아동안전지킴이 집 등의 데이터가 입력됐다. 산과 논·밭에서 범죄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었을 때도 신속히 위치파악이 가능하도록 전신주의 고유 번호를 모두 입력했다. 외지인들이 성묘·등산을 오거나 농촌체험을 왔을 때도 전신주만 확인하면 언제든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산서가 개발한 전자치안지도에는 이 같은 4만3000여 개의 자료가 입력돼 있다. 이 시스템은 위치검색뿐만 아니라 경찰이 관리 중인 치안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치안수요 파악에도 활용되고 있다.

김화순 금산경찰서장은 “사건·사고 신고접수 때마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치안지를 개발했다”며 “이 같은 시스템이 충남은 물론 전국 경찰서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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