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명품’ 나달은 두 삼촌의 합작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더 이상 라파엘 나달(22·스페인·세계 2위)을 2인자라 부를 수 없게 됐다. 옛 황제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새로 등극한 그다.

나달이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1위 로저 페더러(27·스위스)를 3-2로 꺾고 정상에 섰다. 비로 중단된 시간까지 합치면 7시간이 넘는 대혈투였다.

클레이코트에서만 펄펄 날던 ‘반쪽짜리’ 선수 나달은 없었다. 4시간48분간의 접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반면, 대회 6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페더러는 상대의 끈질긴 플레이에 52개의 범실을 쏟아내며 무너졌다. 나달은 1980년 비욘 보리(스웨덴) 이후 28년 만에 한 시즌 프랑스오픈(6월)과 윔블던을 제패했다. 그의 우승 뒤에는 스포츠 명문가인 ‘나달 패밀리’가 있었다. 나달의 두 삼촌은 조카를 세계 테니스의 ‘명품’으로 빚어냈다.

◇축구로 단련된 다리=페더러를 무너뜨린 무기는 나달의 두 다리였다. 상대적으로 약한 서비스와 네트플레이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나달은 뛰고 또 뛰었다.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마라트 사핀(러시아)조차 “페더러를 꺾으려면 나달이 돼야 한다. 토끼처럼 코트 여기저기를 뛰어다녀야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백핸드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한 발 더 뛰어 포핸드로 돌려 치는 전략이 주효했다.

나달의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발놀림은 축구에서 왔다. 어린 시절 축구와 테니스를 병행했던 나달은 12세 되던 해 “학교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니 한쪽에 전념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테니스를 선택했다. 어느 한쪽도 포기하기 싫었지만 테니스에서 더 많이 입상했던 것이 마음을 정한 이유였다. 축구가 나달의 테니스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어린 시절 나달에게 축구를 가르쳤던 큰 삼촌 미겔 앙헬 나달은 1991~2003년 A매치 62경기에 출전한 스페인 대표팀 수비수였다.

◇후천적인 왼손잡이=나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존재는 작은 삼촌 토니 나달이다. 테니스 선수였던 토니는 오른손잡이인 나달을 왼손잡이로 만들었다. 약한 백핸드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양손 백핸드를 가르쳐 나달의 승부수로 삼게 했다. 타고난 오른손 힘에 단련된 왼손 힘이 합쳐지면서 파워가 늘었다.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나달의 강력한 양손 백핸드에 페더러는 맥을 못 췄다. 선수 시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토니 삼촌의 노력이 조카를 비범하게 만든 것이다. 토니 삼촌은 현재도 정신적인 지주로서 조카의 뒤를 지키고 있다.  

◇라파엘 나달(22)

- 국적:스페인
- 생년월일:1986년 6월 3일
- 신체조건:1m85㎝, 85㎏
- 프로 데뷔:2001년
- 세계랭킹:2위
- 우 승 경 력 : 프 랑 스 오 픈 4 회 우 승
(2005~2008년), 윔블던 1회 우승
(2008년) 등 총 29회 우승
- 통산전적:302승73패
- 통산상금:1947만198달러(약 202억원)


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