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마음이 고단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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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몸도 마음도 고단하지? 휴가철이 코앞이니 힘내자고!”

휴가-. 직장인이라면 이보다 반가운 말도 없다. 그러나 심신이 가뿐해지는 듯한 이 한마디엔 함정이 있다. 몸은 고단할 수 있어도 마음은 고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술을 빨리 배우면 몸이 고단하고, 사랑에 일찍 눈뜨면 마음이 고단하다”처럼 곧잘 몸과 마음을 구분치 않고 ‘고단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사전의 뜻풀이상으론 ‘마음’과 ‘고단하다’를 어울려 쓸 수 없다. “마음이 고달프다” 정도로 고쳐 주는 게 적절하다.

‘고단하다’는 몸이 지쳐 느른하다, ‘고달프다’는 몸이나 처지가 어려운 상태에 있어 기운이 없다는 뜻이다. ‘고달프다’가 육체적으로 힘든 경우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어렵거나 곤란할 때도 사용하는 데 반해 ‘고단하다’는 육체적으로 힘들 때만 쓰인다는 점에서 의미 차이가 있다.

“마음이 고단하다”는 말이 더 널리 쓰여 사전의 뜻풀이가 바뀔 수도 있지만 아직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욕심이 크면 마음이 고달픈 법이다”와 같이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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