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공천 약속에 멍든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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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의 6일 전당대회는 공천장을 거머쥘 2백53명의 후보자들에게는 기쁜 하루였다.그러나 그 뒤안에는 공식적으로만 1백80명 이상의 탈락자들이 있다.특히 핵심 유력인사로부터 언질을받고 공천대열에 뛰어들었다 오도가도 못하는 떠돌 이가 된 외부인사가 상당하다.이중 많은 사람은 직장까지 버리고 들어왔다가 일터만 잃고 말았다.
청운의 뜻을 품고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예선조차도 출전못하고 낭인이 된 것이다.
여권의 관계자는 이들의 처지에 대해 『정치에서 공천에 떨어지는 것이 다반사 아니냐』고 범상하게 넘겼다.그러나 당사자는 체면은 물론 생활 터전까지 잃은 사람이 많다.
KBS 이사자리를 떠나 공천경합에 뛰어들었다 막판 탈락한 김규칠(金圭七)씨는 여권 핵심부로부터 내락을 받고 이사자리를 버리고 공천경쟁에 뛰어들었다가 황낙주(黃珞周)의장에게 패배했다.
그는 책임있는 인사로부터 『미안하다』는 전화 한통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고 한다.그는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서울 서대문을에 신청했다 탈락한 선경식(宣炅植)시사월간「win」부장도 형편은 비슷하다.그도 핵심인사의 권유를 받고 생소한정치판에 발을 디뎠다.『한달여 정치권을 누빈 끝에 퇴직금은 조직 가동비로 거의 날렸고 이제 호구지책을 걱정해 야할 처지』라고 한다.
경제연구소등에서 비교적 안정적 생활을 하고 있던중 실족(失足)한 오갑수(吳甲洙.논산)전 국제경영개발원장,엄영석(嚴永錫.삼척)한국경제전략연구원장등도 형편은 대동소이하다.
교수출신의 경우 학교로 돌아가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일단외도를 결심했다가 다시 돌아가려면 학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박영봉(朴永奉.경산-청도)영남대교수,최충옥(崔忠玉.사천)경기대 교수등도 「숨은 연줄」을 믿고 일을 벌였다 낭패한 케이스다.법조출신인 경주갑의 정종복(鄭鍾福)검사는 『내친 김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인사들은 대부분 자의보다는 타의로,외부 권유에 의해 발을 내딛는다.그러나 공천에 한번 멍들었다고 자기 발로 빠져나오기도 어려운 모양이다.6일 하룻동안만도 김화남(金和男)전 경찰청장,김풍삼(金豊三)전 교육신문사장등 세사람이 신 한국당을 떠나 자민련을 선택,본선(本選)을 한번 치러보겠다는 뜻을 뚜렷이했다.신한국당 탈락자중 이런 인사는 최종적으로 30여명 정도로전망된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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