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의 진화 … 올 세계신 ‘홍수’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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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수영에서 연일 세계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6일(한국시간)에는 마거릿 호엘처(25·미국)가 여자 배영 200m에서 2분06초09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30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시작한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나온 여덟 번째 세계신기록이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수영에서 나온 세계신기록은 모두 23개. 그중 10개가 미국 선수에 의해 작성됐다. 수영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표 선발전은 올림픽 본선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6일(한국시간) 미국 수영대표 선발전 남자 100m 접영 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다. 미국 수영대표 선발전에서는 이날까지 총 8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오마하 AP=연합뉴스]

그런데 유독 올해 세계신기록 양산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 USA 투데이는 지난달 30일 “올해 미국 올림픽 대표선발전이 열리기 전에 이미 수영에서만 15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면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세계신기록이 더 많이 나오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1980년 이후 매년 나온 수영 세계신기록 개수를 살펴보면 올림픽이 열렸던 해에 나온 세계신기록이 그 전후에 비해 많은 게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80년 모스크바(29개), 84년 로스앤젤레스(24개), 88년 서울(22개), 2000년 시드니(27개) 올림픽이 열렸던 해에는 각각 수영에서 20개가 넘는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스타들의 치열한 경쟁이 좋은 기록을 만든다는 당연한 논리다.

그런데 올해는 80년에 작성된 세계신기록 개수(29개)를 훌쩍 넘어설 기세다. 더구나 28년 전에는 동독의 여자 선수들에게 집단 도핑 의혹이 제기된 터여서 올해 양산되는 엄청난 신기록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 수영계에서는 새로운 수영복 소재의 개발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스포츠용품업체 스피도는 올 2월 ‘레이저 레이서(LZR Racer)’라는 첨단 신소재 수영복을 출시했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개발한 이 수영복은 부력을 늘리고 물의 저항을 줄여 기록단축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세계신기록 양산에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들은 바로 이 레이저 레이서를 입고 있어 ‘첨단 기술 도핑’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선수 중에서는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를 비롯해 ‘배영 여왕’ 나탈리 쿨린 등이 레이저 레이서를 입는 대표적인 스타다. 아테네 올림픽 평영 2관왕 기타지마 고스케(일본) 역시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재팬오픈 평영 200m에서 이 수영복을 입고 세계신기록(2분07초51)을 세웠다. 기타지마는 스폰서인 미즈노 수영복 대신 올림픽 본선에서 스피도를 입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자유형 스타 에릭 벤트는 TYR을, 배영의 애런 페어솔은 나이키를 포기하고 레이저 레이서를 입기로 했다.

이처럼 레이저 레이서는 올해 유럽선수권대회와 호주 및 미국 대표선발전 등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이제 남은 시험무대는 바로 베이징 올림픽 본선이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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