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인 은퇴이유 세대교체형.정치환멸형.가정중시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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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총선을 앞두고 공천 쟁탈전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11월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는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까지 이번 회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연방의원은 상원 12명,하원 35명 등 모두 47명이다.불출마를 선언한 하원의원 중 10여명은 상원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보여 순수 은퇴인사는 37명 정도.
은퇴의원의 다수는 재선에 아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의정생활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당지도부나 언론및 주민들이 은퇴를 만류해도 떠날 때 떠날 줄 아는 그들의 은퇴사는 성숙한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이들 중 13명의고별회견 내용을 유형별로 나눠 소개한다 ◇세대교체형 ▶폴 사이먼(상원.67.민주.2선)=너무 오래 의정생활을 해 매너리즘에빠진 일부 동료들을 목격하고 있다.나는 아직 사회에 봉사할 수있을 때 의회를 떠나고 싶다.
▶앤서니 바일렌슨(하원.63.민주.5선)=책임있는 정치인에게요구되는 의미있고 유용한 사회적 기여를 이젠 더이상 할 수 없을 것같다.
▶톰 베빌(하원.74.민주.8선)=성경에 따르면 모든 일에는때가 있는 법이라 했다.나는 지금이 그 때라는 것을 안다.
▶소니 몽고메리(하원.75.민주.8선)=나는 정신과 신체가 건강할 때 물러나길 원했다.지금이 바로 심신이 건강한 마지막 순간인 것같다.
◇정치환멸형 ▶빌 브래들리(상원.52.민주.3선)=상원의원이되면 사람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위해 노력해왔다.그러나 상원만이 그런 목적을 성취할 유일한 곳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정치가 아니라도 애국의 길은 많이 있다.
▶로널드 콜먼(하원.54.민주.4선)=공화당 지도부는 맞벌이가정과 노인들,그리고 장애인.퇴역군인.아이들에게 선전포고를 단행했다(공화당의 복지혜택 축소 움직임을 두고).
▶존 마이어스(하원.68.공화.8선)=예전에는 의원들끼리 양식이 통했다.그러나 이제는 서로 타협하기보다는 상대방을 파멸시키는데 주력한다.우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피트 피터슨(하원.60.민주.2선)=나는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두 정당의 가교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의 정치분위기는 이같은 해법을 전혀 비효율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가정중시형 ▶샘 넌(상원.57.민주.4선)=보다 많은 자유,그리고 가족과 고향에서 더많은 시간을 보내며 독서하고 글쓰고 생각하고 싶다.
▶낸시 캐시바움(상원.63.공화.3선)=할머니 역할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
▶잭 필즈 주니어(하원.43.공화.4선)=아내는 나에게 처음으로 이런 말을 했다.『당신이 올바른 인생을 전망하고 있다면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가정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해요.』 ▶해리 존스턴(하원.64.민주.2선)=이번 임기를 끝내면 나는 65살이 된다.이젠 가정으로 돌아가야할 때다.
▶블랜시 링컨 (하원.35.민주.초선)=아이 하나 데리고 기저귀 가방 들고 1주일에 두번 비행기를 타는 정도는 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쌍둥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선 그런 무책임한 어머니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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