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포브스2세 그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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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맬컴 포브스2세는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아무도 요즘처럼 두각을 나타내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복병이다.
미국 공화당대통령후보지명전에 뛰어든 포브스는 당내 선두주자 보브 돌 상원의원에 비해 24년이나 젊은 48세의 나이와 4억달러(3천1백60억원)가 넘는 개인재산을 배경으로 집요한 TV선거광고공세를 펼치면서 돌을 추격해왔다.
포브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웬만한 주별 여론조사에서 돌의원에 육박하는 2위를 고수한데다 뉴햄프셔주에서는 아예 선두로 올라서 돌 진영을 긴장시키고 있다.보스턴 글로브지와 WBZ-TV가 최근 뉴햄프셔주 유 권자를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는 포브스가 31%를 얻은데 반해 돌은 22%를 얻는데 그쳤다.
그의 급상승 요인은 지난 4개월간 두차례의 결정적 인기상승 호기를 기민하게 활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말 돌의원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균형예산안 싸움으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을 당시 포브스는 7백만달러(55억원)를 투입,TV광고를 통해 돌의원을 공략했다.포브스는 유권자들이 72세의 고령과 28년이라는 오랜 워싱턴정계 경력을 가진 돌의원에 대해 신선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최대한 이용한 것.
그는 이어 복지사회 지향 색채가 짙은 클린턴의 민주당정부와 기성 워싱턴정계의 약점을 찌른 「단일세율」제안으로 여론의 시선을 끌었다.「실시 불가」라고 조세전문가들이 판정한 단일세율안을그가 들고 나서 클린턴대통령과 돌의원등의 정략적 조세정책을 비판함으로써 보수계 유권자들은 물론 의외로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관심마저 끌기 시작했다.
조세전문가들은 단일세율제는 주로 갑부들의 감세효과만 초래하는역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그러나 포브스는 기성 의회정치인들의 조세제도 조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정치불신에 물든 미국의 중산층이나 지방 서민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두번째 찾아든 기회는 지난달 23일 클린턴대통령의 새해연두교서에 대해 돌의원이 행한 TV연설의 결과였다.돌의원은 이날 너무 늙고 힘없어 보였다.유권자들의 실망이 매우 컸다.
포브스는 이후 돌의원을 비판하는 TV광고 공세를 폈다.그는 돌의원보다 훨씬 젊어 클린턴과 대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단일세율등 단순하고 호소력있는 메시지에 힘입어 유권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 다.
그러나 워싱턴에선 아직도 돌의원의 공화당후보 지명을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다.포브스의 인기가 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영국의 선거 결과 예측전문단체인 래드브로커스는 포브스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20분의1로 보고 있으며 돌의 당선가능성은 3분의2로 예측하고 있다.
워싱턴이나 예측기관의 이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포브스 돌풍은갈수록 위력을 보이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한 거품성 후보로 그를 보아온 판단을 재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뚜렷한 쟁점이 없고 신선미 없는 인물들의 경쟁장이 될 것 같았던 미국 대선에 포브스가 신선한 이미지와 뚜렷한 쟁점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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