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굼뜬 除雪이 지방자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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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과 3.2㎝의 눈에 수도 서울의 퇴근길이 마비되는 교통대란(交通大亂)이 일어났다.눈이 내리면서 곧바로 얼어붙어 빙판을 이루는 바람에 평소 1시간내의 귀가길이 4~5시간씩 걸리고,곳곳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물론 눈이 갑자기 쏟아진데다 기온마저 떨어져 제설작업에 어려운 점은 있었다.또 기상예보가 늦어져 제설작업을 위한 인력이나장비가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낮에 조금 내린 눈에 서울의 교통이 이처럼 쉽게 손을 들었다는 것은 큰 문제다.더욱이 지자제실시 이후 시청과 구청,경찰의 손발이 안맞고,제설작업같은 궂은 일은 서로 외면하기일쑤라니 어처구니가 없다.서울 제설대책은 시 안 전관리본부의 주관인데 손발인 구청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시는 간선도로와 교량의 제설작업을 맡고,구청은 이면도로와 폭20이하도로를 맡도록 업무분담이 돼 있으나 민선단체장이 들어선 이후 시청의 지휘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게 시청당국의 하소연이다. 또 지자제실시 이후 비상시에 대처하는 행정능력이 현저히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일부 지역의 경험없는 구청장들이 상황을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밤늦게야 제설작업을 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사진 도로에는 늘 준비해 두던 모래나 염화칼슘조차 갖추지 않은 곳도 많았다.또 과거에는 눈이 내리기 무섭게 비상령을 발동해 공무원을 동원,밤샘 제설작업을 했으나 이번에는 빙판으로 변한 고갯길도 그냥 방치한다는 주민들의 분 노도 있다.
지방행정의 본질은 주민을 위하는데 있다.그러므로 지방자치제가주민들을 더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민선단체장이라고 상급기관의정당한 지휘감독을 외면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아울러 기상이변 등 비상시에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 도록 시청과 구청,경찰과 기상관계자로 구성되는 기구신설도 검토하는 등 평소에준비태세를 갖춰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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