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공천 탈락의 아픔을 겪은 박희태 대표가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정치 무대에 컴백했다. 비록 자신이 원했던 국회의장 직은 아니지만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 온 거대 여당의 대표 직에 오른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그는 1988년 13대 총선 때 지역구(경남 남해-하동)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5선에 성공했다. 서울지검 검사 시절 ‘대도(大盜)’ 조세형을 검거한 이력이 있다. 당시 그는 조씨에 대해 “생존형 절도가 아닌 축재와 향락을 위해 도둑질을 기업화한 도둑”이라며 25년형을 구형했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 그는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88년부터 4년 3개월간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그는 촌철살인의 논평과 뛰어난 ‘조어’ 능력을 인정받았다. 요즘도 자주 인용되는 ‘총체적 난국’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등은 그가 처음 쓴 표현들이다.
지난해 경선 때 이명박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당초 친박 인사로 꼽혔다. 2004년 17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 직을 놓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경쟁할 때 박근혜 전 대표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2006년 전당대회 때 친박으로 당 대표 출마를 노렸지만 박 전 대표 측이 강재섭 대표를 선택하자 친이로 선회했다. 지난해 경선 때 이 의원, 이재오 전 의원 등과 ‘6인회의’에 참가하며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대표 선출 직후 그는 “당내에는 화합, 국민에게는 신뢰를 주는 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곧바로 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공천 탈락 아픔 딛고 거대 여당 선장으로 #“당 화합 종착역은 MB·박근혜 손잡는 것”
-이 대통령이 뭐라 하셨나.
“간단히 축하한다고만 하셨다.”
-당내 화합을 위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을 주선할 용의는.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이제부터 노력하겠다. 당 화합의 종착점은 두 분이 손잡고 당과 국정을 잘 이끌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원 협상이 늦어지면서 단독 개원 얘기가 나온다.
“빨리 여야가 합의해 개원했으면 좋겠다. 학생은 학교에 가야 하고, 국회의원은 국회에 가야 한다.”
-당·청 관계에 대한 생각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당·청 분리 때문에 결국 국정이 파탄 났다. 여당이 된 만큼 당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적극 도와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뜻에 따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떤 것이 국민에게 유익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