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입에 실패한 학생들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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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추운 겨울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입시철이면 수많은 수험생과 그 부모님들이 똑같이 인생의 한 고비를 넘는다.그러면서 인생이 고해(苦海)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개중에는 합격의 영광을 안은 젊은이도 적지 않지만 이들보다 훨 씬 더많은 숫자의 우리 자식들이 불합격의 아픔속에서 좌절과 비탄에 빠진다.대부분 처음 당하는 일이라 그 충격이 더 클 것이다.
전기대 합격자 발표가 이제 끝나가는 시점에서 교육부장관으로서합격한 학생들보다 실패한 학생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어떤 말로 이들을 보다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을지,이들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멋진 수사학(修辭學)이 있다면,혹은 이들을 힘내게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수단이 있다면 모조리 동원해서라도 위로하고 싶다.
우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참담한 심경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주위를 둘러보라.실패와 좌절의 늪에서 헤매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는가.그것은 바로 우리네 삶의 과정이다.가까이 계신 아버지.어머니,주위의 친척들,이분들의 이 마에 깊게 파인 주름들이 바로 이러한 좌절의 흔적이다.지금 이름있는 사회각계 각층의 인사들도 나름대로 실패와 좌절을 가슴에 묻고 살고있을 것이다.
요즈음과 같은 무한 경쟁사회에서 승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꼭 명심해야 할 것은 게임은 언제나,또 여러가지 방식으로 다시 열린다는 것이다.어떤 시점에 어떤 게임에서 뒤졌다고해서 영원한 패배자인양 스스로 성급하게 단정하고 상심(傷心)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날이 갈수록 열린 교육,평생학습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그리고 여러분의 세계에서는 한차례 원하는 기회를 놓쳤기로서니 그게 그리 대단한게 아니다.꾸준한 발걸음으로 일생동안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공부의 기회는 무수히 펼쳐진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쓰라린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게임의 법칙을 빨리,그리고 바르게 깨우칠 수있다.인생의 여로에서 한번의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준비며,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자■성찰 기 회다.
그리고 인생은 승패의 게임만 있는게 아니다.오히려 인생의 과정속에서 누구나 대부분의 시간을 서로 협력하고 함께 일한다.인생의 긴 여정속에서 참 승리자는 경쟁에 강한 사람보다 협력을 잘하는 사람들이다.가능한한 보다 많은 사람과 더불 어 공동우승을 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이며,그런 기회는 게임에 능하지못한 사람에게도 언제나 찾아온다.
대학 입시상담을 해보면 청소년들의 삶의 목표나 과정이 너무 경직돼 있어 깜짝 놀랄 때가 많다.일류대학을 나와 사회에서 인정하는 직장에서 보란듯 살겠다는 게 그것이다.내 인생의 주인은나다.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는 그 다음 일이 다.내가 무엇을 좋아하고,어떤 일에 의미를 두는가,그리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이 기회에 나 자신을 잣대로 해 내가해야 할 일을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입시에서 고배(苦杯)를 마신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전한다.그러나 큰 바다로 나와 첫번째 파도에 쓴물을 들이켠이들은 인생의 의미를 한발 앞서 깨닫는다.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실패로부터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다행스런 일이 없다.성경에도 『모든 일이 합력(合力)하여 선(善)을 이룬다』고 하지 않는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많이 있다는 사실,승자보다협력자가 더 중요하다는 것,그리고 남이 알아주는 일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내가 잘하는 일을 하면 그것이 더 보람있다는 명제를 바르게 이해한다면 그는 이미 인생의 승리자다 .젊은이들이여,부디 힘을 내고 훤히 트인 앞날을 멀리 보라.
安秉永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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